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국내에도 영향
“게임사가 먼저 자정 능력 보여줘야” 목소리도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글로벌 추세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이른바 ‘게임중독’)를 질병코드로 도입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에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게임 업계에는 질병코드 도입이 게임산업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대로 게임사들이 사행성을 줄이고 게임산업 건전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문제 관련 민·관 협의체’(이하 민관협의체)가 지난 2020년 연구용역을 맡긴 연구과제 3건이 모두 완료됐다.
연구보고서에는 게임중독을 정신질환으로 규정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안우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아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 결과보고서는 WHO의 게임이용장애 국제표준질병분류(ICD) 11판 등재에 대해 “등재 과정에서 참고한 연구들이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요약했다.
게임업계는 이같은 연구를 근거로 들어 WHO 질병코드 등재가 과학적·통계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를 무작정 국내에 도입할 경우 게임업계가 최대 8조원 이상 피해를 입어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계기로 게임사들이 자정작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9년 5월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직후 리얼미터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질병 지정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45.1%, ‘반대한다’는 응답은 36.1%였다.
실제로 지난해 논란을 일으킨 확률형 아이템 판매 논란은 게임 유저들이 ‘트럭 시위’에 나설만큼 반발이 심했으나 개선된 바가 없다. 게임사들은 지난해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강화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확률형 아이템 개선 의지는 전무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조치가 취해지기 전에 게임사들이 앞장서서 자정작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업계가 먼저 나서서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하게 개선하는 자정 능력을 보여줘야 질병코드 도입 반대 의견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