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우리나라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8개월째 줄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과 집값·주가 등 자산 가격 하락 영향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1983억원으로 전월말(697조4376억원)보다 1조2393억원(0.18%) 감소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월 감소세로 전환한 후 7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신용대출 감소폭이 커 가계대출 잔액을 끌어 내렸다. 지난 25일 현재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06조8825억원으로 7월 말보다 2031억원 늘었다. 부동산 시장이 본격 침체기에 들어선 가운데 전반적인 대출 수요는 줄었지만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의 취급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1조1355억원(128조8256억원→127조6901억원) 줄었다. 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이 커지자 신용대출 수요가 감소했고, 빚 상환이 늘어난 때문으로 파악된다.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정형(혼합형)·변동형 모두 최상단금리가 연 6%를 넘어섰고,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6% 돌파가 목전이다.
한국은행이 연 2.50% 수준인 기준금리를 연내 3.00%까지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커 대출금리가 7%대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도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6, 7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밟은 데 이어 9월에도 또 한 번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통화정책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반면 은행들의 기업대출은 크게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681조6743억원으로 지난해 말 635조8878억원에서 45조7865억원 늘었다.
특히 대기업대출의 상승폭이 컸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94조636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83% 늘었다. 기업들은 채권시장 침체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대출을 늘리는 추세다. 대기업들은 앞으로의 금리인상과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은행 대출로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