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외국인이 지난달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4조원가량 순매수 한데 반해 이달에는 3일 연속 ‘팔자’를 이어가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코스피, 코스닥)에서 8292억원을 순매도했다. 1일에 4955억원, 2일에 2628억원, 5일에 709억원을 각각 팔아치웠다. 8월 한 달간 3조9837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 상반된다.
강달러 기조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자 외국인 수급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는 등 미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강달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음에도 지난 7~8월 간 외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세를 보였는데 달러 강세가 어느 정도 고점에 근접했다고 판단한데다 2023년 금리 인하 사이클 기대감이 반영되면 달러 강세가 진정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며 “다만 잭슨홀 연설 이후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달러 강세 흐름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잭슨홀 회의’에서 “고통이 따르더라도 미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근접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파월 의장은 8분간의 짧은 연설에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만 약 45번 언급했다.
연준이 곧 열리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는 2.50% 수준으로 동일하지만 이번 회의 이후에는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를 제치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금리)이 더 낮은 곳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강달러 기조가 외국인 수급 악화로 연결돼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8원 오른 1371.4원으로 장중 137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73p(0.24%) 하락한 2403.68에,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4.45p(1.84%) 내린 771.43에 거래를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