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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인플레이션이다. 금리인상, 경기침체, 집값 하락 등 다양한 이슈가 넘쳐나지만 그 원인을 찾아가다보면 결국 인플레이션을 만나게 된다.
건설 분야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나 생산자물가 상승률에 비해 오름폭이 훨씬 크다. 2021년 건설용 중간재 생산자물가는 27.3%가 올랐으며, 올해 7월까지 8.2%가 추가로 상승했다. 이는 동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4배 이상, 생산자물가 상승률의 2배에 가까운 상승률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 추이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이며, 이 외에도 인건비, 장비 임대료 역시 상승하고 있어 그야말로 건설업계는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
비용이 크게 오르다보니, 건설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만무하다. 상반기 건설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4.5% 감소했으며, 하반기 기저효과 등으로 일부 회복한다 하더라도 연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당초 주택공급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국은행은 물론 대다수의 기관들은 올해 건설경기 회복세를 전망했으나, 결과적으로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상황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시장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실제로 올해 7월까지 건축허가는 12.9%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착공은 오히려 작년보다 12.5%가 줄어들었다. 이는 예상보다 강한 건설공사비 급등으로 많은 현장에서 투자 지연과 보류, 공사연기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가가 계속 오르라는 법이 없으니, 언젠가는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으나, 빠르면 내년 상반기, 보수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내년 하반기가 되면 건설 인플레이션은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가파르게 오른 건설공사비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개별 건설업체의 위기는 오히려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이익지표는 후행지표로 올해부터 적자기업이 하나둘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까지 이어질 금리인상의 여파로 자금조달마저 쉽지 않고, 자칫 주택경기까지 얼어붙어 미분양이 크게 증가할 경우 건설업 내 한계기업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2010년 전후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100대 건설사 중 절반 가까운 기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경험을 비쳐볼 때 현재의 위기사항을 쉽게 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향후 발생할 위험을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개별 기업은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용이 상승한 만큼 무리한 저가수주는 지양해야 하며, 적극적인 수익추구도 중요하지만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건설 인플레이션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적어도 공공공사에 있어 물가변동을 신속히 공사비에 반영하여 건설업계에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주요 건설자재의 공급과 유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무엇보다 건설물량이 급감하지 않게끔 중간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부문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물량마저 줄어들게 되면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건설시장은 5년 이상의 장기불황을 경험했다. 10여 년 전 시장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모두의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