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연 3.33%…저축은행과 고작 0.04%p 차이
‘이자장사’ 오명에 수신금리 인상 나선 영향…조달비용 상승은 ‘불가피’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심상치 않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비교해 차이가 거의 없어졌을뿐더러, 상호금융과는 역전했다. 시중은행은 최근 2~3개월간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간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수신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주목받았던 2금융권은 금리 매력이 줄어들면서 고객 이탈 가능성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3일 한국은행 경영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신규취급액 기준)의 평균금리는 연 3.33%로 나타났다. 직전 달보다 0.6%포인트(p)가 올랐고,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2.23%p나 상승했다. 반면 7월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신규취급액 기준)의 금리는 직전 달보다 0.19%p 오른 3.37%였다. 은행과 금리차이는 0.04%p에 그친다.
새마을금고·신협 등의 상호금융금리는 이미 은행 수신금리에 역전했다. 상호금융사들의 1년 만기 정기예탁금의 7월 평균금리는 직전달(2.40%)에 비해 0.5%p 오른 2.90%밖에 되지 않는다. 6월 기준으로만 해도 시중은행 예금 금리(2.73%)가 신협(2.81%), 새마을금고(2.85%)보다 낮았지만, 한 달 새 은행이 앞섰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 차이는 2020년 12월 1.02%p, 0.74%p, 0.68%p로 저축은행이 늘 우세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그 간격이 0.5%p 이하로 줄었다. 은행과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 간격이 0.01%p 미만으로 떨어진 건 201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금융업권별로 금리차이가 축소한 배경은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 인상에 나선 영향이다. 은행들은 최근 공개된 예대금리차 공시에서 ‘이자장사’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수신금리를 올리며 예대금리 격차를 줄이고 있다.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물론 10% 이상의 금리를 주는 특판 상품까지 출시하며 경쟁 중이다.
상호금융권을 포함한 저축은행에선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다. 2금융권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똑같이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출 재원은 수신에서 발생하는데, 대출금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예·적금 금리만 올리면 되레 마진 악화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영업도 크게 위축했다. 수요가 줄어든 만큼 추가 예·적금을 확보할 필요도 사라졌다. 예금을 맡긴 기존 고객들이 대거 빠지면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대출 축소로 수익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기 전까지 선제적인 조치도 쉽지 않다.
시중은행 역시 마냥 웃긴 어려운 처지다. 예금 금리가 상승하면 결국 저원가성 예금이 감소하고 여신 업무를 위한 조달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대출금리를 올리는 데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익성만 나빠질 수 있다. 8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달보다 17조3714억원 늘어난 반면, 이자가 적은 요구불 예금은 한 달 사이 13조7308억원 줄었다.
이 때문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비은행의 적극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은행의 예금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비은행의 유동성 문제를 부각시키는 한편, 대출금리를 높여 부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