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는 포트폴리오 기업 창업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경제침체 상황에 준비하라는 조언을 했다. 투자 호황이 끝나고 있으니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비용을 절감하고 런웨이(생존할 수 있는 시간)를 늘리라는 것이다. 이후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 불황 여파로 올해 메타, 트위터, 아마존, 텐센트 등 글로벌 빅테크(주요 테크기업)들은 잇따라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또한 일부 기업은 직원의 재택근무를 철회하고 사무실 복귀를 강요하며 갈등을 겪고 있다. 이처럼 물리적인 근무 공간의 변화와 인력 조정이라는 혼돈이 뒤섞이며 기업 경영과 HR 시장에 또 한 번의 격동이 일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와 함께 원격근무 도입은 크게 증가했다. 최근 리서치 기업 가트너(Gartner)의 인력 채용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직의 58%가 일부 기술 인재를 완전한 원격근무를 지원하는 ‘보더리스(borderless)’ 형태로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구성원들이 원하는 곳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근무 형태를 넘어, 기업도 국경 없이 전 세계의 뛰어난 인재를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 이전까지 해외 채용이라 하면, 기업 업무의 효율 극대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타 지역, 타 국가의 프리랜서를 채용 대행하거나 도급계약을 포함하는 인력 ‘아웃소싱’을 주로 의미했다. 업무에 적합한 인재라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채용을 포기하거나, 고용전문회사(PEO)를 이용해 해외 직원을 고용하고 인사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원격근무가 확대되며 기업이 지역과 국적에 상관없이 우수 인재 풀에 접근할 수 있는 인재 접근성이 높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인력 감축의 여파가 관련 업계에 퍼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빅테크 출신의 뛰어난 인재가 원격으로 한국 기업에서 근무할 수도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며 수도권 지역에 살던 인재가 지방으로 이주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여러 지자체와 기업이 워케이션을 장려하며 지역 간 경계가 이전보다는 완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와 함께 국경 없는 채용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직원은 본인이 원하는 곳 어디서든 살면서 원하는 기업에서 근무하고, 기업은 인재의 거주 지역과 국가에 상관없이 해외에 있는 직원을 채용하는 등 인재 채용도 더욱 글로벌화, 세분화될 것이다.
앞으로 기업에서 ‘아웃소싱’이라는 단어 대신 ‘해외 고용’ 또는 ‘해외 채용’이라는 단어로 대체해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기업은 ‘아웃소싱’이라는 단어가 갖는 한계에 갇힐 것이 아니라, 해외 무대로 시야를 넓히고 ‘해외 채용’을 통해 각 비즈니스에 맞는 HR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국가별로 현지의 소수 인원을 사업 개발 인력으로 두거나, 현지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현지 직원을 원격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좋은 예다. 많은 기업들이 딜(Deel) 서비스를 통해 해외 직원 급여 지급과 국가별 컴플라이언스(노무 규정 준수) 등 글로벌 인사관리의 효율을 높이고, 대신 글로벌 진출과 사업 확장에 더욱 힘을 쏟는 경우도 자주 목격한다.
향후 ‘원격근무’는 단순히 ‘근무’라고 불릴 날이 올 것이고, 많은 직장인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는 동시에 직원의 거주 국가나 채용 형태에 상관없이 동등한 수준의 직원 경험(EX, Employee Experience)을 제공해 직원 근속과 건강한 조직 문화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