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한국야구는 지난해 1조4000억원 규모의 경제 파급 효과를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즐비하다. 하지만, 약체 호주에게 패배하고, 직장인들로 구성된 체코에게도 졸전 끝에 승리했다. 야구팬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보다 분노와 실망스런 마음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한국야구를 살펴보면 지금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은 미국 수준의 높은 연봉을 제공하는 편이다.
미국 현지 제약사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의 제약회사는 일반적으로 연간 최소 4만 700달러(한화 5300만원)에서 최고 11만 6000달러(1억 5000만원), 평균 5만 달러(6500만원) 정도 준다.
국내의 경우 2022년 기준 Y사는 평균 연봉 8900만원, S사는 7800만원, 유명 제약사들은 평균 7000만원 이상이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연봉 수준의 역량을 갖췄는지 묻는다면 대답은 ‘글쎄’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쳐온 우리 국민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초기 방역에 실패했으며, 백신과 치료제를 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국가 지원까지 투입됐지만 많은 기업들이 중도에 약 개발을 포기해 ‘먹튀’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작은 연구소에서 시작한 ‘모더나’가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평소 높은 연봉과 국가 지원까지 받았던 제약업계가 팬데믹 시기에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었던 셈이다.
도박에, 음주운전에 꾸준히 구설수가 나오는 한국야구처럼, 제약업계 또한 구시대적 ‘일탈행위’로 비판 받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인보사 사태를 비롯해 의약품 안정성 자료 조작, 리베이트, 상장 폐지, 지원금 먹튀 등 논란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며 ‘팬’(주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주주들에게 버림 받을 행동을 하면서 ‘투자금이 돌지 않는다’, ‘정부의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며 반성을 회피하고 있다.
덩치만 컸지 전 세계적으로 그리 인정 받지 못한다는 점도 한국야구와 유사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발명된 신약들 중 외국에서 독보적으로 각광 받는 제품은 드물다. 애브비는 ‘휴미라’, 화이자 '리피토', MSD '키트루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산 신약 중 세계 매출 10위 안에 드는 제품은 하나도 없다.
선수 출신인 이대호 해설은 "1군에 왔다고 1군 선수가 아니다"라며 야구대표팀에 쓴소리를 날렸다. 상위권에 진입했다고 안주하는 선수들을 비판한 것이다. 코로나19 시절 규모가 더욱 커져 목소리도 커진 제약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도 최근 신약 개발에 큰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돈이 되는 사업인 복제약 의존 비율은 여전히 높다. 적극적인 연구개발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의 핵심은 결국 인재다. 국내 기업들이 자사 연구 뿐 아니라 대학, 스타트업 단위 연구를 지원해 ‘선수층’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의사 과학자’가 부족하다는 변명 대신, 의대 쏠림 현상 해소에 관심을 가지고 병원과의 경력 연계를 직접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