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계속되는 전세사기 후폭풍…실효성 없는 정부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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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계속되는 전세사기 후폭풍…실효성 없는 정부대책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3.04.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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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변제금 기준 높였지만…피해자들은 사각지대
“해결책 제시할 것처럼 하지만 시간만 흘러 피해자 나와”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가 잇따라 숨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시성이 아닌 현실성 있는 사기 방지 및 보상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날 숨진 채 발견된 피해자 A(31·여)씨가 살던 60세대 아파트는 통째로 지난 2022년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A씨는 2019년 보증금 72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A씨가 살던 아파트는 2017년 준공돼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 2700만원 보장을 받을 수 있어 A씨는 보증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오른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지난 14일 숨진 피해자 B(26·남)씨의 경우도 2021년 아파트 전세 재계약을 통해 6800만원이던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렸다. B씨는 A씨와 달리 주택이 낙찰되면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 금액은 최대 3400만원이다. 결국 보증금 56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지난 2월 28일 미추홀구 빌라에서도 보증금 7000만원을 받지 못한 C(39·남)씨가 숨졌다. 그가 살던 빌라의 소액임차인 전세금 기준액은 6500만원이었다. C씨는 500만원 차이로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지 못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 등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지만 전세금 증액으로 이조차 적용받지 못했다. 실제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집계 결과를 보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 5월 중으로 3차 매각기일이 정해진 사례가 260가구에 달했다. 세 차례 유찰로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지면서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 가구들이다. 피해대책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를 겪은 3107가구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2020가구가 경매로 넘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경매가 낙찰’은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는 의미다. 전셋집이 낙찰돼도 1순위 채권자에 해당하는 시중은행 및 한국자산공사 등의 채무를 변재하고 나면 임차인 손에 돌아가는 돈은 얼마 안 된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더라도 소급적용이 안 돼 구제도 불가능하다.
아울러 정부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경우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을 높여왔지만, 그 규모가 피해 회복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추가 지원책에는 경매 절차가 끝나야만 받을 수 있던 전세사기 피해확인서 발급을 앞당기고 긴급주거 주택의 6개월치 월세 선납을 없애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숨진 A씨와 B씨 모두 전세사기 피해확인서를 발급받지 않았다.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은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하는 무주택 피해자가 새로운 전셋집(보증금 최대 3억원 이하) 에 입주하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어 요건이 까다롭다. 긴급주거 지원 또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으며 6개월치 월세 선납 조건을 없앴지만 주택 규모나 생활 여건 등의 이유로 피해자들이 입주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하라"며 "피해 신고가 없더라도 지원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조사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세사기 특별단속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추진 △전세피해지원센터 설치 △저리자금 융자 등 나름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결국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점을 시인했다. 익명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면 해결책을 제시할 것처럼 다들 답하지만 결국에는 '이게 안 된다' '알아봐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식의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며 “국토부도 경매 중지 등을 한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인천 미추홀구 사건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세 사기와 관련, 국토교통부의 ‘경매 일정 중단 및 유예 대책’ 재가하고, ‘찾아가는 지원’ 등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실질적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경매 중단을 지시한 뒤 “민사상 피해 구제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인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피해 구제 방법이나 지원 정책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 시스템 잘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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