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개社 순이익 1년새 15% '뚝'...이자비용이 '발목'
예금금리 올린 시중은행에 고심...출혈경쟁 불가피
예금금리 올린 시중은행에 고심...출혈경쟁 불가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연 4%를 넘어서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선 금리 경쟁력을 높여야하는데 수익성 제고, 건전성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미 이자비용 부담에 시달리며 적자 전환한 저축은행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신금리를 올려야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3%대 중후반에 머물렀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최근 모두 연 4%대로 올라섰다. 각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우리은행의 ‘원(WON)플러스예금’,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은 각각 최고 연 4.05%의 금리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Star)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각각 연 4.00%이다. 5대 시중은행이 잇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해 3~4분기 유치한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 9월 레고랜드 발(發) 사태로 채권 시장의 자금 경색이 시작돼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경쟁적으로 수신 금리를 높여 자금을 확보해왔다. 실제로 수신 금리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 11월 말 5대 시중은행의 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4.95%로 5%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때 유치한 100조원 가까운 자금의 만기가 돌아오자 자금을 재확보하기 위해 다시 금리를 인상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에 저축은행 업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연 4.23%로 집계됐다. 채권을 발행하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거의 예·적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통상 은행권 보다 0.8~1.0%포인트 높은 예금 금리를 제공해 수신을 유치한다.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어 저축은행들은 그동안 시장금리 상승에 맞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신금리를 계속 올려 왔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말 은행권 금리 인상에 맞춰 최대 6% 금리를 주는 고금리 상품을 출시했는데, 이 때문에 조달비용이 늘어 올해 실적 지표가 나빠졌다.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실적이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수신금리 인상 경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라며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4%를 넘었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적자 전환된 상황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쉽게 인상을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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