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로 경영진이 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사태로 인해 카카오의 문어발식 경영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SM엔터테인먼트 사건도 카카오가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의 계열사는 약 166개다. 한마디로 문어발식 경영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가 이렇게 많은 계열사를 보유할 수 있었던 건 전 국민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독점적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자회사를 만들어 애플케이션(앱) 사업까지 하면, 독점력이 플랫폼에서 앱으로 전이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렇게 전이된 독점력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서 '민생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개최된 제21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의 횡포는 독과점 행위 중 아주 부도덕한 행태이기에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며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cpbc 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보수가 카카오택시를 지목하면서 언제는 규제를 풀겠다고 하고 지금은 독점하니까 (제재하려고 한다)"며 "원래 정보기술(IT)이나 플랫폼 사업은 성과가 독점으로 나타난다"며 윤 대통령 발언을 반박했다.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앱 사업을 하면 발생되는 독점력 전이 현상에 대해 이와 같이 찬반이 엇갈리는데,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필자가 속한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플랫폼에서 앱으로 독점력이 전이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적으로 실질국내총생산(GDP), 일자리, 투자가 각각 3.9%, 8.9%, 6.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앱 가격도 56.8%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결과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루카스의 모형을 기반으로 플랫폼 기업과 앱 기업을 반영한 거시경제모형을 사용해 도출됐다.
이런 과학적인 경제모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독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경제학 원론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 수 있다. 독점은 장기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서비스 질 하락을 가져와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점은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통제돼야 할 행위다. 한마디로 독점은 시장의 실패에 해당된다. 이런 내용은 우리 헌법에도 잘 나와 있다. 헌법 119조 2항에 시장지배력 남용(독점 행위)은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독점을 논할 때 자연독점과 독점력 전이는 구분돼야 한다. 자연독점은 상품 특성상 여러 기업보다 한 기업이 독점 생산할 때 비용이 적게 들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독점이다. 독점력 전이는 특정 시장(플랫폼 시장)의 지배력을 활용해 다른 시장(앱 시장)에 대한 지배력까지 취득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한 자연독점 현상은 정부에서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독점적 플랫폼을 이용해 카카오 택시 같은 앱 사업까지 진출하면 독점력이 전이돼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서비스 질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자연독점과 독점력 전이를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점적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가 자회사를 만들어 다양한 앱 사업까지 진출하는 것을 독점력이 전이되는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에 경계해야 되지만, 카카오가 본연의 사업인 플랫폼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은 지속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카카오는 플랫폼 사업에 전념하고, 앱 사업은 다양한 사업자들에게 개방해 '오픈 플랫폼 시장'을 조성한다면 우리경제의 전망은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