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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권의 취득세·양도세·보유세 중과 등의 규제는 집을 보유한 자에게는 세금의 고통을, 집을 보유하지 않은 자에게는 집값 상승의 고통을 안겨줬다.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수급에 따라서 자체적으로 순환해야 할 시스템인데 억지로 규제책을 만들어서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승자는 부자인데 집을 많이 보유한 부자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을 만들었다. 청년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여러 매체의 광고를 보면 하나같이 ‘자유롭게 살아라’, ‘인생을 즐겨라’ 등의 하나같이 성공하고 즐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집을 많이 가진 자는 투기꾼으로 만들었으니 혼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편으론 많이 가진 자를 부러워하고 따라하고자 하면서 임대인과 부자는 집값을 올리고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세력으로 인식됐으니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도 의문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는 한번 고착되면 변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국내에서 임대주택은 1960년대부터 시작해서 각종 주택의 정책, 경기와 함께 성장했다.
해외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전세제도는 외국어로 적합한 단어가 없어서 ‘Jeonse’라고 칭할 정도로 기원이 독특하다.
전세 시장은 한국의 주택금융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에 집주인과 세입자와의 적당한 금액의 합의점, 즉 서로의 이해관계가 협의되면서 형성됐다.
집주인은 전세자금을 이용해서 주택구입자금을 보충하기도 하거나 필요한 돈을 무이자로 융통할 수 있고, 세입자는 월세나 이자를 부담하지 않고 목돈을 고스란히 나갈 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이득인 방식이었다.
전세제도는 자본주의가 안착하지 못했던 시대에 타인의 주택을 빌리면서 생겨난 각자의 수지타산은 자본주의가 정착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전세금을 통해 ‘갭투자’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과도한 갭투자의 부작용은 ‘빌라왕’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세사기 등으로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사건이 논란이 되자 보증금 보호를 위해 불안해하는 세입자가 증가하면서 전세권 설정등기와 임차권등기명령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전세제도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하지만 실용적인 형태로 월세가 대세인 서양보다도 전세제도는 훨씬 인간적인 접근이었다.
무주택자가 전세만기 시 목돈에 돈을 보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풀어야할 숙제도 존재한다. 현재 우리는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예전의 집주인, 세입자의 서로를 걱정했던 관계는 고사하고 송사와 갈등, 감시, 설정등기 등으로 강력한 법적 관계로 단시간에 변화됐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돈과 여유는 가졌을지언정 무언가 상실된 느낌이다. 배려와 양보는 고사하더라도 임대인과 임차인은 미워하는 사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