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만기 도래 규모 2500억원 ↑
“가치 떨어져 ‘손절’도 어려워”
“가치 떨어져 ‘손절’도 어려워”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국내 시중은행들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가 전세계적 부동산 경기 침제로 손실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잔액은 총 75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 규모는 2500억원이 넘는다. 상반기 1061억원, 하반기 1510억원 수준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지분이나 소유권을 확보한 뒤 임대 소득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만기에 맞춰 자산을 매각해 거래 차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일정 기간 돈이 묶여 있는 만큼 만기가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오피스 공실이 늘고, 장기간 고금리정책의 영향으로 부동산 투자 수요가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의 평가액의 절하돼 만기 연장이나 리파이낸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진입 금액 대비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져 ‘손절’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감정평가액이 떨어진 상황에서 만기 연장이나 리파이낸싱에 실패할 수 있다”며 “저가 매각 시 펀드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금리가 오르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떨어졌다”며 “애초 투자했던 금액보다 가치가 내려가 부동산 매각도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펀드 부실 위험은 은행권을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개인에게 판매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14개로 판매액은 1조478억원, 개인 투자자는 2만7187명에 달한다. 2018년 이후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절반가량이 내년에 펀드 만기를 맞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유럽 부동산펀드 대규모 손실 위험에 직면했다.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핵심업무구역에 소재한 ‘트리아논’ 오피스빌딩을 매입·보유 중이다. 한때 9000억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 받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15% 이상 하락했다. 윤창현 의원은 “해외 부동산의 1순위 채권자는 현지 은행이고, 국내 자산운용사의 공모펀드는 후순위 채권자”라며 “LTV(주택담보대출비율) 60% 건물이 20% 가격 하락시 공모펀드의 손실률은 50%에 이르는 만큼 제2의 펀드사태를 예방하는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개별 금융사의 건전성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에서 금융감독원에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 가능성과 각 금융회사의 대응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해달라”고 주문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