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에 생계형 창업자들 ‘아우성’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내수부진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건수는 전년 대비 20.7% 증가한 11만15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건수가 증가하며 공제금 지급액 규모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 규모는 2020년 7300억원, 2021년 9000억원, 2022년 9700억원, 지난해 1조2600억원 등 꾸준한 오름세다. 폐업 공제금은 특히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지급됐다. 소기업의 경우 지난해 지급건수는 2019건에서 2091건으로 3.5%, 금액은 393억원에서 445억원으로 13.2% 늘었다. 반면 소상공인의 공제금 지급 건수는 8만9111건에서 10만7924건으로 21.1%가, 금액은 9288억원에서 1조2156억원으로 30.9% 증가했다.
부채도 눈덩이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가계·기업대출 중 부실채권 규모는 2022년 말 18조2941억원에서 작년 말 27조3833억원으로 49.7% 늘었다.
특히, 건전성 부실이 우려되는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의 연체 규모와 연체율이 급증했다. 이들의 연체액은 21조7955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2.5%(7조5005억원) 증가했다. 채무자 수도 늘었다. 다중채무 개인사업자 수는 전년 대비 3.0%(5만119명) 늘어난 173만1283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 335만8499명의 절반 이상인 51.5%를 차지한다.
양 의원은 “젊은 층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대출·연체 문제를 방치할 경우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며 “정부와 금융 당국은 적극적인 자영업자 부실 채무 경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이자 환급 등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정책을 시행 중이다. 먼저, 중기부는 1인당 평균 75만원(최대 150만원) 수준의 이자 지원을 추진한다. 중소금융권에서 금리 5% 이상 7% 미만의 사업자대출을 받은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총 3000억원 규모를 지원한다. 앞서, 국회는 높은 금리와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12월 21일 중소금융권 내 소상공인 차주 이자지원 재정사업 예산 3000억원(중소벤처기업창업및진흥기금)을 확정한 바 있다.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에너지요금 지원에도 나섰다.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인 20만원 규모의 ‘소상공인 전기요금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러한 정책은 당장 이자 및 가게 유지비가 부담스러운 소상공인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선 동떨어진 모습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22년 4만5000건이었던 노란우산공제 중도 해지 건수는 지난해 7만1000건으로 2만6000건 증가했다. 코로나19 당시에도 각종 금융지원을 통해 버텨왔던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이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부터 소상공인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코로나19 당시보다도 얼어붙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1월 체감 경기지수(BSI)는 48.1로 2022년 2월 이후 2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10.9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원인은 소비 감소, 날씨 등 계절 요인, 유동인구 및 고객 감소 등이었다.
3월 전망 경기지수(BSI)는 74.6으로 전월보다 9.4포인트 오르기도 했으나,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41.8%)이 여전히 경기 악화 사유 1위를 차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 동향을 “내수 둔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부진 완화의 반대 급부로 ‘내수 둔화’를 처음 언급한 이후 4달째 같은 판단을 유지해왔다.
이처럼 소비 위축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줄고, 영업 이익으로 이자만 겨우 갚아나가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폐업에 내몰린 상황이다. 생계형 창업이 한국 자영업자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요식업을 운영하는 지역 소상공인 A씨는 “작은 동네지만 상권이 침체되면서 공실도 눈에 띄게 늘었고, 조금 더 번화가로 나가봐도 예전같은 활기를 찾기 어렵다”며 “소비 자체가 줄어 동네의 작은 가게들은 더 큰 타격을 입는다고 느껴진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