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수요둔화…韓기업, 공장 가동 중단·구조조정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정부가 저가 공세를 이어가는 중국산 스티렌모노머(SM)에 대한 덤핑 조사에 돌입했다. 중국의 밀어내기식 덤핑 공세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타격을 입자 지원 사격에 나선 모양새다.
1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9일 중국산 SM에 대한 덤핑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한화토탈에너지스와 여천NCC가 지난달 중국산 SM이 과도하게 싸게 들어오고 있다며 제소한 데 따른 조치다.
무역위는 조사 대상에 오른 중국산 SM 수입·제조 업체 4곳에 덤핑 조사 질의서를 발송, 3주 안에 조사 참여 신청서를 무역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국내 생산자, 수입자, 유통업자 등 이해관계자를 조사해 중국산 SM 덤핑으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덤핑 조사는 통상 10~12개월이 소요된다. 무역위의 조사가 끝나면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최종 보고서에 기반해 반덤핑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무역위는 필요시 현지 조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SM은 합성수지(ABS), 합성고무(SBR) 제조에 쓰이는 필수 석화 원료다. 세계적으로 품질 차이가 없는 단일 품목으로 과거 중국은 국내 석화 업체의 SM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최대 수입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2018년 관세 장벽을 끌어올리며 상황은 달라졌다. 당시 중국 상무부는 한국·대만·미국산 SM이 자국 산업에 손해를 유발한다며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국내 SM 생산업체들은 5년 동안 최소 6.2%에서 최대 7.5%에 달하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됐고, 연간 120만톤에 달했던 국내 기업의 대중 SM 수출량이 현재 '0'이 됐다.
중국은 한국산 SM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사이 무서운 속도로 공장을 증설했다. 그 결과 중국의 SM 생산량은 2019년 약 900만톤에서 현재 약 2000만톤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중국이 SM을 역수출하기 시작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중국산 SM에 대한 관세율은 0%다.
한국의 SM 수입량이 2022년 47만 9000톤에서 지난해 77만 5000톤으로 최근 1년 새 62% 가까이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격에 반덤핑 관세 7%를 더하고 시작해야 하는 국내 제품과 중국산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LG화학은 지난해 충남 대산 SM 공장의 가동을 멈춘 데 이어 최근 전남 여수 SM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은 중국 등 일부 해외 법인과 생산 기지를 정리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 수출은 456만8200만 달러로 1년 전(543억 1600만)보다 15.9% 급감했다. 같은 기간 대중 석유화학 수출이 207억143만 달러에서 170억5407만 달러로 17.6% 쪼그라든 결과다. 이에 LG화학·롯데케미칼 등 국내 4대 석화사의 수출도 최근 1년새 18% 가까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