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은 회피, 中企는 저지… 중처법 대응 ‘온도차’
상태바
[기획] 대기업은 회피, 中企는 저지… 중처법 대응 ‘온도차’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4.05.09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사고사망자 감소효과는 미미
책임 회피에 처벌도 ‘솜방망이’…중소기업은 위헌 주장
“헌법소원 낼만큼 절박한 상황임에도 위헌 가능성 적어”
배조웅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과 정윤모 상근부회장이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중대재해체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배조웅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과 정윤모 상근부회장이 지난 4월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중대재해체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전면 시행된 지 3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사망사고 발생률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된 상태다.

대기업의 경우 경영책임자 처벌 회피에 나서고 있고, 중소·영세기업들은 무리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현재 중대해처벌법 유예 법안의 국회 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가 현실에 부합하는 법률 개정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토안전관리원 건설사고 발생 현황 및 사례에 따르면 2022년 1월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이후에도 사망사고 건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법 도입 직후인 2022년 1분기와 2분기에는 대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건수가 각각 22건, 21건으로 감소했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시행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했다. 50억원 이상 건설현장 중대재해 발생 건수는 △2022년 3분기 24건 △2022년 4분기 27건 △2023년 1분기 25건 △2023년 2분기 33건 △2023년 3분기 32건 △2023년 4분기 31건이다.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은 유예기간을 거친 뒤 지난 1월 27일부터 중처법이 적용됐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조치 미흡으로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노동계는 중처법이 사고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초 50억원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에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됐을 때도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연기를 추진하는 것은 죽고 또 죽는 죽음의 일터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일각에선 처벌과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만 늘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작년 고용노동부가 검찰에 송치한 중대산업재해사건은 170건으로 이중 37건이 수사를 마쳤고 33건이 기소됐다. 기소율은 89.1%로 높았지만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13건에 그쳤다.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진 집행유예 판결이 났다. 실제로 중처법 적용을 받는 대다수의 대기업은 안전책임자(CSO)를 두고 있다. 안전보건 관리 책임을 월급 사장에게 떠넘긴 방식으로 실질적 소유주나 사주 일가가 법망을 피한 셈이다. 총수 일가가 기업 운영의 책임을 부담하는 등기 임원 의무를 다하지 않고, 미등기 임원으로 다수 재직하는 추세가 갈수록 많아져 중처법이 자칫 허수아비 법이 될 수 있단 지적이 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중처법에 위헌 소지가 많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중처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준비가 덜 된 소규모 기업의 혼란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9일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으며 현재 중처법 제3조 등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헌 판결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처법은 특히 일반 국민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되지 않고 주로 업계에서만 지적하는 부분이라 야당이 종전과 같은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고, 임대차 3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도 합헌이 나왔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관련도 합헌이 나왔기 때문에 중처법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