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PF 대출 140조원 육박…만기 연장 기업들 속출
상태바
금융권 PF 대출 140조원 육박…만기 연장 기업들 속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5.09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말 잔액 136조...만기연장 버티는 브릿지론 '30조'
정상 사업장 은행·보험 신규자금…부실 채권 경매 유도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규모가 140조원에 육박하면서 한계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규모가 140조원에 육박하면서 한계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성이 있는 정상 사업장엔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부실 사업장은 신속한 정리를 유도하는 방안 등이 주된 골자다.

9일 금융사들이 취급한 부동산 PF 대출은 작년 말 기준 136조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채 만기 연장으로 버티는 2금융권 브릿지론 규모만 30조원 이상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업권, 건설업계 등과의 협의를 거쳐 이날 PF 연착륙 대책을 담은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막판 세부 조율 중으로 아직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이르면 이번 주 후반께나 다음 주 초쯤 (PF 정상화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성 재평가 방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건설업계와 2금융권에선 "이러다 다 망하는게 아니냐"는 성토가 나온다. 토지매입 단계의 브릿지론 중심의 구조조정인 만큼 대형건설사나 금융회사의 '도미노 도산'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도리어 부동산 호황기 26조원 넘는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업계가 손실 인식에는 소극적이란 비판이 일각에선 제기된다. 7일 정부 관계부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PF 구조조정을 위해 캠코(자산관리공사) 펀드에 부실 사업장을 싸게 매도한 경우 향후 사업장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캠코 펀드는 부실 PF 사업장을 인수해 재구조화하려고 설계된 펀드로 지난해 하반기 1조원대로 조성됐다. 하지만 대주단 등이 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어 펀드 집행 실적이 단 2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매도자의 부실 채권 매각 유도를 위해 정부가 우선매수권 인센티브 카드를 검토하는 배경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일 주재한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해 PF 구조조정 지연은 부담이 될 수 있어, 신속하고 질서 있는 연착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되는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은 사업성이 입증된 사업장엔 신규 자금이 투입되도록 지원하고, 부실 사업장은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정리를 유도하는 투트랙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정상 사업장엔 돈이 돌게 숨통을 틔워주고, 사업성이 없는 곳은 신속히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정상 사업장 지원의 핵심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는 우량 사업장에 현금이 풍부한 은행·보험사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금융사가 우량 사업장의 PF 채권을 인수할 때 건전성 분류를 상향해 충당금 적립 부담을 낮춰주고, 향후 부실이 발생해도 고의·중과실이 아니라면 임직원 면책을 보장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은행의 경우 유가증권 투자 한도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PF 사업장은 사업성을 더욱 정교하게 평가해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유도한다. 현행 '양호(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보통(요주의)-악화 우려(고정이하)' 등 3단계인 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회수의문' 단계를 추가할 계획이다. 회수의문 단계의 사업장은 대출액의 75% 이상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종전 대비 2배가 넘는다. 충당금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금융사들은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로 처분하거나 재구조화해야 한다. 대출만기 연장 조건도 까다로워진다. 현재 PF 대주단(채권 금융사)의 3분의 2 이상 동의로 결정되는 만기 연장 조건을 4분의 3인 75%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펀드에 부실 PF 사업장을 매각하는 대주단에 향후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캠코 펀드를 활용한 부실 PF 정리에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캠코의 정상화 펀드는 5개 운용사가 나눠 펀드마다 각각 1000억원씩 출자 받았다. 사실상 정부 재정 5000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캠코는 새마을금고의 부실 채권을 지난해 1조원 규모로 매입해 줬고, 최근 2000억원 추가 매입을 확정했다. 연체율이 치솟은 저축은행 부실 PF 채권도 2000억원 매입키로 했다. 이번 구조조정의 타깃은 전체 PF 사업장이 아니라 브릿지론 PF(초기 토지 매입 단계의 PF) 중심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호황기에 고가에 땅을 매입했다가 사업성 부족으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정체된 곳들이 '부실 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사들이 취급한 부동산 PF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135조6000억원대로, 이 중 2금융권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대(약 30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브릿지론 단계에서 사업 진척이 없는 부실 사업장 위주로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며 "경·공매를 통해 땅 주인이 바뀌고 가격이 40% 이하로 조정되면 신규 자금이 투입되는 등 선순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상화 펀드, 새마을금고·저축은행 부실채권 매입 등이 진행되는데 사실상 정부 돈으로 부실 채권을 사주는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번 돈은 건설사와 금융회사 몫이고, 부실이 날 때는 정부에 손을 벌리는 게 맞는지,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