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살포 지속부터 국지 도발 가능성도 거론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맞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더 높은 수위의 도발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통일부는 "오판하지 말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1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지난 9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우리의 대응 행동은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며 "(한국은) 확성기 방송 도발을 재개한다는 적반하장격의 행태를 공식화하는 것으로써 계속하여 새로운 위기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지저분하고 유치한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쉴 새 없이 휴지를 주워 담아야 하는 곤혹은 대한민국의 일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이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의 반발 배경에는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확성기 방송을 통한 선전전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조치로 꼽히는데, 정부가 지난 9일 이를 실행에 옮기며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언급한 '새로운 대응'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북한이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는 내비쳤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권 등에선 오물 풍선 살포와 비슷한 수준의 도발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나, 보다 고수위 도발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이 정지돼 양측의 완충지대가 사실상 사라진 만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포격 등 국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우리의 정당한 대응을 도발의 명분으로 삼는 오판을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평가를 묻자 "북한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대변인은 "그동안 북한의 오물 풍선 등 일련의 도발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그는 김 부부장이 언급한 '새로운 대응'이 무엇일지에 대해선 "별도로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