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주금공⓵] "빚 내서 집 사세요" 늪에 빠진 HF···손실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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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금공⓵] "빚 내서 집 사세요" 늪에 빠진 HF···손실 '눈덩이'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7.14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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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모기지론 등 서민 주택담보대출 선봉
가계부채 급증··· HF, 재무건전성 곤두박질
HF 한국주택금융공사 본사가 있는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사진=주택금융공사 제공
HF 한국주택금융공사 본사가 있는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사진=주택금융공사 제공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난 2023년까지 기승을 부린 전세사기 피해 보전 및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원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가운데 고물가와 저출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모기지론 상품은 온갖 민원이 들끓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대출정책 속에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를 감내하고 있는 가운데 후임사장 인선까지 안갯속으로 빠졌다. 국민의 복지 증진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취지가 엷어진 HF의 현주소와 해결방안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이하 HF)가 매년 6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고민이 컸던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노골화된 서민 대출 규제 완화로 HF는 최근 2년간 신탁계정에서만 2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떠안았고 184조원에 달하는 총부채에 짓눌린 상황이다.

14일 <매일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알리오)에 공개된 HF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기준 총매출은 2년 전보다 46.1% 증가한 5조9100억원을 기록했지만 반대로 영업이익은 64.8% 급감한 646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에 당기순이익은 65.8% 줄어든 455억원에 머물렀고 매출순익률은 0.77%에 불과했다.
직접 취급하는 보금자리론을 비롯해 디딤돌대출, 적격대출 등 서민을 대상으로 한 주택모기지론(Mortgage loan)에 주력하는 이 회사는 현 정부 들어서 본격화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가계 대출 확대의 선봉이자 희생양으로 전락한 양상이다. 실제로 장기 주택자금대출에 관한 신탁계정 실적만 떼어낸 AUP 기준 손익계산서를 보면 지난해 매출은 2년 만에 50.6% 급증한 2조9826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이 곤두박질치면서 영업손실 1조4867억원, 당기순손실 3754억원(매출액손실율 -12.59%)을 기록했다.
HF는 장기주택자금대출 시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한 뒤,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그 판매 대금을 금융권에 지급한다. 이러한 투자·판매·현금화 과정에서 손실폭이 커진 것이다.
앞서 2022년부터 시중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국내 일선 은행들은 대출이자 등으로 실적 잔치를 벌였다. 반대로 HF는 부동산 시장 위축(경착륙) 우려 속에서 내수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을 막기 위한 정책 방향에 따라 특례보금자리론·보금자리론·신생아 및 신혼 디딤돌대출 등 저리 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수익성 악화와 부채 급증이라는 결과를 맞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HF의 실적 추락은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자산관리공사(캠코)·예금보험공사·한국투자공사 등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산하에 있는 금융공기업 상당수의 최근 실적이 증가한 점과도 비교된다. 11개 주요 금융공기업 중 2022년 대비 2023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동시에 줄어든 곳은 HF와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HF 관계자는 "지난해 공사 당기순이익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저리 정책금융상품 취급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올해는 개선이 예상된다"며 "부채비율은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는 공사 사업의 특성상 자산 및 부채가 같이 증가하지만, 대출채권이 담보된 부채이기 때문에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 악화와 정부 의존도 증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기업은 자체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정부 지원 가능성에 의존하면서 건전성이나 수익성 개선 노력 유인이 크게 낮다"며 "만일 재정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 지원 능력이 약해지고 공기업과 금융기관들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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