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오는 2025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지난 2020년 수준으로 동결된 가운데 애당초 90% 현실화 계획 자체가 무리였다는 의견과 부자 세금만 깎아줬다는 의견 등이 맞부닥치는 모양새다.

19일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5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지난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이 담긴 ‘2025년 부동산 가격 공시를 위한 현실화 계획 수정 방안’을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이에 공동주택 69%·단독주택 53.6%·토지 65.5%가 그대로 유지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시세 90%(공동주택 오는 2030년·단독주택 오는 2035년)에 이를 때까지 매년 현실화 수준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구조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78.4% △단독주택 66.8% △토지 80.8% 등이다. 현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 여파로 국민 세 부담이 커지자 폐지를 천명했다. 지난 3월 19일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를 결정한 뒤 지난 9월 부동산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며 개정안까지 발의했지만, 야당 측 반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당초 공시가격을 시세 90%까지 끌어올리려 했던 이전 정부 계획이 무리했다는 의견과 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면 조세정의가 훼손된다는 의견이 맞붙은 상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지난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려 했지만, 이는 무모한 행동”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행령으로 국토부 장관이 올리거나 내릴 수 있도록 한 점도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시가격 변동이 주택매매나 전세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를 통한 세 부담 증가가 주택가격 상승을 완화하는 데 이바지하지 못했다”며 “공시가격 10% 인상이 주택가격을 1~1.4% 정도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민단체 관계자는 “부동산 공시가격 시세반영률과 형평성 제고를 위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기하겠다는 건 공정한 공시제도 포기 선언과 진배없다”며 “공시가격 산정 방법을 개선해 점진적으로 형평성을 높이겠다 밝혔지만, 이들이 밝힌 방법만으로는 공정과세와 조세정의를 구현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지난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주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조세정의 실현”이라며 “이를 폐지할 경우 고가 주택을 가진 이가 더 많은 혜택(감세)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성 유지를 위해 우선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제언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아직 새로운 공시가격 산정 체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행 공시법과 현실화 계획 기본 틀을 유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공시가격 안정성은 유지하되 지속가능성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때까지 공시가격 산정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공시가격 균형성 제고와 정확성에 신경 써야 한단 의견도 제기됐다. 강춘남 태평양 감정평가사는 “부동산 가격 공시 관련 시행령에는 적정가격 반영을 위한 4가지 방안이 있고 첫 번째는 시세반영률 목표, 두 번째는 연도별 달성계획”이라며 “세 번째는 균형성 확보 방안이며 마지막은 지역과 유형 및 가격대별 형평성과 특수성 반영인데 해당 세 번째와 네 번째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수연 제주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공시가격 중 가격에 집중한 사이 현장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며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거나 다주택자인 집주인이 제대로 등록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기에 가격뿐만 아니라 적절한 현장 조사로 공시가격 정확성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