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 재고발·MB 당선축하금·농심 사외이사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연이어 구설수에 오르면서 현 수장인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지난 9일 야당 정치인과 자사 고객의 금융거래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한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추가 고발됐다.
이날 참여연대·금융정의연대는 라 전 회장 등이 2010년 6월 정동영·박지원·정세균·박영선 의원 등 당시 민주당 의원과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지인의 거래내역 등 비공개 금융정보를 불법 조회했던 것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했다.라 전 회장은 추가 고발 당하기 3일 전인 지난 6일에는 검찰에 소환돼 이명박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거액을 전달한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받으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2010년 검찰은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2008년 2월 당시 서울 남산의 한 주차장에서 정체불명의 인사에게 3억원을 전달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행장이 조성한 자금의 용처와 라 전 회장의 개입여부 등은 계속 의혹으로 남아 있었다.이번에 검찰이 라 전 회장을 소환해 재수사에 나선 부분 역시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던 이 비자금 3억원의 행방이다.이처럼 라 전 회장과 신한사태에 대한 수사가 거의 5년 만에 다시 시작된 데에는 정권의 논리가 작용한 측면도 있지만, 라 전 회장이 부주의한 처신으로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간 검찰은 문제의 비자금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신한은행의 내부증언을 확보하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와중 라 전 회장은 ‘치매’를 이유로 검찰 출석에 불응해 왔고, 검찰은 라 전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환조사를 미뤄왔다.그러나 농심의 사외이사 선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치매’라는 변명은 더 통하지 않게 됐다.최근 농심은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라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하겠다고 공시했다. 선임 이유는 라 전 회장의 경제 및 금융 관련 경험과 비법을 경영에 접목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으로 알려졌다.시민단체는 곧바로 성명을 발표하고 반발에 나섰다. 경제 금융 관련 조언은 가능하면서 소환조사는 불가능하냐는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농심은 주주총회 소집 결의와 관련한 정정보고서를 내고 라 전 회장이 사외이사 후보에서 자진해서 사퇴했다고 공시했지만 라 전 회장의 방패막이가 돼 주던 ‘치매’ 효과는 사라져 버렸다.이처럼 신한사태의 주범인 라 전 회장의 행보가 두드러지는 상황은 ‘라인 끌어안기’와 ‘전임자 그림자 지우기’를 표방하고 있는 한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특히 후계구도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에서 ‘신한사태’를 상기시키는 라 전 회장 관련 이슈가 떠오르는 것은 계파 논란의 빌미도 될 수도 있다.은행권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의 행보가 부각 될 경우 자연스럽게 신한사태 관련 이슈가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신한사태 그림자 지우기에 몰두해 온 한 회장에게는 상당히 편치 못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특히 후계구도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이런 구설수가 불거진다는 것은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현재 자리를 비운 서진원 행장 역시 신한사태 논란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아니라는 것 역시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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