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지난 2013년 22세 연하의 재원과 재혼을 하면서 경영권 승계에 변수가 생겼다.특히 두 아들의 그룹 지분이 전무한 상태에서 법적 상속권자의 추가 등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속법 개정과 맞물려 향후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신 회장(63)은 지난 2010년 정혜원 여사와 사별한지 3년만인 2013년 22세 연하의 박지영(41)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신 회장의 재혼에 재계 관계자들은 교보생명 지분 구조에 관심을 가졌다. 신 회장 자제인 두 아들의 지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배우자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박 씨 역시 지분이 전혀 없는 상태다.지난해 법무부는 상속법 개정을 통해 피상속자가 사망시 배우자에게 상속분의 절반을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를 동일하게 법정상속지분으로 나누도록 추진한 바 있다.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배우자의 재산 50% 상속은 유언과는 별도로 우선 지급하고 해당분에 대해서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현행 상속법은 상속분의 기준으로 기존 부인 1.5, 자녀 1의 비율로 배분된다. 예를 들면 100억원의 상속분이 있으면 배우자는 60억원을 자녀는 40억원을 나눠 받는다.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배우자는 50억원을 선취하고 나머지 50억원을 1.5대 1의 비율로 나눠 결과적으로 배우자는 80억원 자녀는 20억원을 상속받는다.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33.8%를 보유한 신 회장이며, 특수관계인으로 신회장의 사촌동생 신인재 필링크 사장 2.5%, 신 회장의 누나 신영애 1.4%, 신경애씨가 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 회장의 지분 가치는 2조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개정안이 통과되면 단순 계산만으로 박 씨는 향후 상속과정에서 1조8000억원 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이 때문에 신 회장의 지분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신 회장이 사망하면 교보생명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영풍제지다. 노미정 영풍제지 회장은 2013년 남편인 이무진 회장으로부터 회사 주식 113만주를 받고 지분율을 55%로 늘려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장의 두 아들들은 이 과정에서 경영권에서 밀려나게 됐다.다만 법무부는 개정안이 배우자가 상속시 자녀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해 일부 단서 조항을 만들었다. 배우자의 혼인기간, 재혼 또는 별거한 기간, 별거 사유 등을 참작해 법원이 선취분을 감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이같은 단서조항에도 개정안 내용이 전해지자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현재는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법무부는 관련 내용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한 법조계 인사는 “해당 법안이 국회서 계류 중이기는 하지만 최근 상속법의 추세가 배우자의 상속분을 자녀들보다 높이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최초 개정안보다는 배우자의 상속분이 낮아지겠지만 일정 부분 보완해서 재추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에 대해 “여타 재벌 그룹들이 자제들의 경영수업을 일찌감치 시키는데 반해 신 회장도 40대 중반 이후에야 경영에 참여했다”며 “신 회장의 나이가 아직 60대 초반에 지나지 않고 두 자제분의 나이도 어려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이어 그는 “보편적으로 재벌들이 특정인에게 CB와 BW 등을 발행해 편법 승계를 하는데 반해 교보생명은 지분 승계 과정 및 지배구조가 투명해 일반적인 재벌들과 다르다”고 말했다.일각의 개정 상속법이 경영권 승계에 변수가 될 것이란 견해에 대해서는 “관련 주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