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적 재정정책에 기준금리 인하 요구 목소리 높아져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저금리, 저유가 등 긍정적인 대외 여건에도 한국 경제의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하면서 추가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정부와 한국은행이 각각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시장의 효과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8% 증가해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전분기 대비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1%를 기록했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분기 0.5%로 떨어진 뒤 3분기 0.8%, 4분기 0.3%를 기록했다.1분기 0%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상태에서 수출마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4년 연속 감소했고 수출단가 역시 3년 연속 하락했다.지난해 한국의 수출물량지수는 131.4로 2013년에 비해 4.3% 늘었다. 이는 전 세계 교역량 신장률 3.1%보다 1.2%포인트 높은 것이긴 하지만 2010년 증가율 22.0%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증가율은 2011년 13.9%, 2012년 5.6%, 2013년 4.8%였다가 지난해 더 낮아졌다.수출단가도 떨어지고 있다. 2011년 4.7% 높아졌던 수출단가 증가율은 2012년 ―3.7%, 2013년 ―1.9%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2.2%를 기록해 3년 연속 마이너스였다.수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 회복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원엔 환율 영향도 크다.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수출품 유사성을 나타내는 양국의 ‘수출 경합도’는 2008년 45%를 밑돌았지만 2013년 50%를 넘어섰다. 한국 수출품의 절반이 일본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엔화 약세를 앞세운 일본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지난 1분기 일본 도요타의 미국 내 판매량은 10% 이상 상승한데 반해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제자리걸음을 유지했다.수출 여건이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3.1%로 3%대를 내놨지만 추세는 내리막길이다. 일부 연구기관과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미 2%대로 낮춘 상태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4분기가 매우 안 좋았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반등하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0.8%는 경기의 회복세가 굉장히 미약한 수준”이라며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소비, 투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2분기에도 회복세는 미약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해서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다.정부 역시 하반기에 경기부양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추경의 집행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게 돼 있고 재정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상반기 경기 흐름을 지켜보고 하반기에 필요하다면 경기 보강 수단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면 세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추경을 포함한 모든 재정대책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시장은 추경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그간 정부가 추경을 편성할 때마다 기준금리도 함께 내리는 ‘경기부양 패키지’를 써왔기 때문이다.2003년, 2004년, 2008년, 2009년 추경 편성 때 기준금리 인하가 동반됐다. 박근혜 정부 1년 차인 2013년에도 4월에 추경을 편성하고 뒤이어 5월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오는 30일 발표되는 3월 산업활동동향에서 내수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오석태 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월 산업활동동향을 통해 완만한 경기성장세가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면 다음 달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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