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베팅경쟁에 박삼구 vs 김상열 ‘눈치싸움’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호반그룹에 금호산업 인수전 지원 명목으로 4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주요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호반그룹에 금호산업 인수전을 위한 4000억원 규모의 투자확약서를 발급하고 200억원 규모의 한도대출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하나금융 측은 호반이 2017년까지 아파트 분양대금 등으로 수취할 현금이 최소 1조원이 넘는다는 것을 실사를 통해 확인하고 금융지원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이 같은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불거졌으나 하나금융 측은 호반의 재무상태가 금호산업 자회사들의 경영을 정상화하는데 적격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하나금융의 호반 지원 소식에 인수전 베팅 경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그간 재인수를 낙관해 온 박삼구 회장은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박 회장은 현재 금호산업의 경영권 지분 57.5%에 대한 시장 가치는 5000억원 내외로 평가받고 있었던 만큼 이 가격 내외로 입찰이 이뤄지면 우선매수권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나금융의 지원금 4000억원을 더하면 호반은 최대 1조원 안팎을 베팅할 수 있게 된다.실제 일각에선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1조원 안팎의 금액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금호산업 채권단이 제시한 적정 매각가격은 9000억원 내외로 1조원을 조금 밑돈다.이에 박 회장은 금융권을 비롯한 정재계, 정부 동향과 분위기를 살피는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적인 지원 세력을 끌어안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 측이 사모펀드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를 활용하는 인수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이런 와중에 김 회장은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30% 지분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영권 프리미엄인 6000억원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이나 수익성을 따져봤을 때 이 같은 베팅은 지나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김 회장은 호남의 맹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제치고 광주지역에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채권단은 입찰 가격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유찰시키거나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도 염두해 두고 있다. 향후 헐값 매각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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