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건당 1건꼴 소송으로 비화…10건 중 8건 손해보험 분쟁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지난 한 해 동안의 보험금 청구가 3800만건에 육박했다.보험금을 둘러싼 소비자-보험사 간 소송은 4000건 넘게 제기돼 보험금 청구 1만건당 1건꼴로 소송으로 비화했다. 이 중 보험사가 소송을 건 비중은 26%였다.
지난해 나온 보험금 소송 판결 가운데 전부 승소율은 소비자가 9%, 보험사가 48%로 보험사가 훨씬 높았다.원고가 보험사인 판결 중에 보험사가 완패해 결과적으로 ‘무리한’ 것으로 드러난 소송 비율은 15%였다.4일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공시한 ‘보험금청구지급 관련 소송제기’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손보사와 생보사로 들어온 보험금 청구는 각각 2965만건, 794만건으로 모두 3759만건이었다. 하루 평균 10만3000건 꼴이다.아울러 직전 3개 회계연도의 신계약 중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지급되지 않은 비율(보험금 부지급률)은 손보가 0.87%, 생보가 0.94%였다.이에 따라 보험금 분쟁도 증가세다.지난해 보험금 분쟁조정신청은 전년(2만6653건)보다 13.4% 늘면서 3만건을 넘었다. 손보와 생보에서 각각 1만5698건, 1만4539건으로 19.1%, 7.9% 늘었다.분쟁조정신청은 소비자-금융사 간 분쟁 해결을 돕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소비자보호 절차다.영업환경이 어려워진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적게 산정하고 보험금 지급심사를 엄격히 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다 보니 분쟁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분쟁은 바로 법원의 민사조정이나 본안소송으로 가기도 하지만 단계별로는 보험사에 대한 민원, 금감원 분쟁조정절차, 민사조정 또는 소송으로 나눠진다”고 설명했다.지난해 새로 제기된 소비자-보험사 간 소송은 4086건(손보 3216건, 손보 870건)이다. 여기에 민사조정 신청 988건(손보 964건, 생보 24건)을 합하면 법원으로 넘어간 분쟁은 5074건(각 4180건, 894건)이 된다.법원에 신청하는 민사조정은 정식 재판 없이 조정위원회를 거쳐 합의를 주선하는 절차로,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닌다.대체로 보험금 청구 건수가 많은 손보의 소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보험금 청구건수와 소송 제기 건수에서 각각 손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79%로 같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분쟁이 많다”고 말했다.보험금 청구 1만건 당 소송제기 건수는 1.09건이다. 손보(1.08건)와 생보(1.10건)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보험금 청구가 1만건이 넘는 보험사 중 1만건 당 소송제기 건수를 보면 손보에선 AXA손보(4.17건), 농협손보(3.40건), MG손보(3.06건)가 많았다. 생보에선 현대라이프생명(11.57건), 동부생명(5.62건), KDB생명(4.86건)이 상위에 올랐다.반면에 손보에서는 삼성화재(0.61건), 생보에선 신한생명(0.26건)이 가장 적었다.원고를 나눠보면 보험사가 낸 소송이 1061건(손보 681건, 생보 380건)으로 전체의 26%(각 21%, 44%)였다. 소비자가 제기한 것은 3025건(각 2535건, 490건)으로 74%(각 79%, 56%)를 차지했다.소송과 달리 민사조정신청은 보험사가 낸 것이 97%(953건)를 차지했고 그 대부분을 손보사(943건)가 신청했다. 손보사의 민사조정신청은 소송(681건)보다 많았다.소송 결과를 분석해보면 소비자보다 보험사의 전부승소율이 높았다.지난해 선고판결이 나온 보험금 소송 1801건을 보면 청구내용이 100% 받아들여져 전부승소한 판결의 비율은 소비자가 8.9%(161건), 보험사가 48.2%(868건)였다.나머지 42.9%는 청구의 부분만 인용된 일부 승패에 해당한다. 또 조정(596건)·화해(598건)·소취하(472건) 등 선고외(外)로 끝난 소송(1663건)이 상당수여서 정확한 승소율을 평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손해보험의 지난해 선고 가운데 전부승소율(이하 승소율)은 소비자가 7.7%, 손보사가 41.6%였다. 일부 승패가 선고 가운데 절반이 넘을 정도로 많았다.생명보험도 보험사 승소율이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승소율은 소비자 14.2%, 생보사 76.2%로 각각 손보보다 훨씬 높았다. 일부 승패가 적었기 때문이다.주목할 대목은 보험사가 소송을 내고도 완패한 사례다. 이는 무리한 소송일 가능성이 크다.원고가 보험사인 소송에 대한 지난해 선고(504건) 중에 보험사가 전부패소한 비율은 15.1%(76건)다. 손보사가 15.8%(406건 중 64건), 생보사가 12.8%(98건 중 12건)로 집계됐다.선고 건수가 10건 이상인 회사 중에서 보면 손보에서 동부화재(34.8%), 흥국화재(21.6%), AXA손보(16.7%), LIG손보(14.6%)가 송의 원고이면서 전부패소한 비율이 높았다. 생보에서 동부생명(17.6%), KDB생명(17.2%)의 전부패소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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