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경상수지가 사상 최장 흑자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해외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로 쌓이는 원화절상압력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 흑자는 81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71억6000만달러)보다 13.7% 늘었다. 다만 지난 3월(104억3000만 달러)보다는 22억9000만 달러(22%) 감소했다.이로써 올 들어 4개월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15억9000만 달러로 늘었다.국내 경상수지는 2012년 3월부터 38개월째 흑자를 내고 있다. 이는 1986년 6월부터 38개월간 이어졌던 역대 최장 흑자기간과 맞먹는 기록이다.문제는 최근의 경상수지가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다.실제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4월에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상품수지 흑자가 3월 112억5000만 달러에서 125억6000만 달러로 커졌다. 이는 월간 단위로 사상 최대 규모다.수출은 503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2% 줄었지만 수입은 378억2000만 달러로 17.9% 감소했다.5월에도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9%나 줄어 올 들어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금액뿐만 아니라 물량도 줄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대부분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경상수지 흑자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도 문제다.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원·엔 환율의 하락세다.한국은 세계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자동차, 선박, 석유 등 경제 전반을 떠받쳐온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실제 한국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 일본 재무성의 자료를 종합하면 일본의 1분기 수출물량지수(2010년 100 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해 같은 기간 한국의 증가율(2.8%)을 앞섰다.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올 1분기 들어 일본에 역전된 셈이다.이처럼 수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원화 강세 등 환율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외투자 확대를 통한 ‘달러 퍼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경상수지 흑자로 생긴 원화 절상압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자금의 해외유출을 유도하기 위한 증권투자, 해외직접투자(FDI)·해외 인수합병(M&A)·공공부문 해외투자를 포함하는 전방위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값을 강세로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해외투자를 확대할 경우 원화에 대한 절상압력도 줄어들기 때문에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진단했다.그는 이어 “불황형 흑자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내수경기 진작을 통해 경상흑자를 줄이면서,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경상흑자를 줄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 역시 다른 통화들과 달리 원화가치는 금리보다 경상수지와 상관성이 높다며 원화절상 완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JP모건은 한국 정부가 포트폴리오 투자에 대한 세제개편 등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정부 역시 해외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나 세제상 인센티브를 포함한 종합적 방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실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6월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정할 때 투자활성화 방안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