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은 여전히 악재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다음으로 미뤘다.신흥국 금융시장은 미국 연준의 금리 동결 조치에 일단 안도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 우려를 크게 할 재료였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 경기 불안 등으로 시기가 잠시 미뤄졌을 뿐 금리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강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시각이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상설’이 대세였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9월 대세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주식시장 폭락과 위안화 평가절하, 신흥국 통화 폭락 등에 세계 경제 불안감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9월 인상을 얘기하는 목소리는 힘을 잃어갔고 결국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 시장은 ‘9월 동결’을 예상한 움직임을 보였다.결국 연준은 세계 경기 불안에 ‘9월 동결’로 방향타를 맞춰 놓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금리 동결 결정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안도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예상치의 부합 여부를 중시하는 증시에서 시장 예상대로 금리 동결이 나왔기 때문이다.연준의 금리 동결로 신흥시장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자금 이탈 우려가 많이 누그러졌기 때문이다.미국 금리 인상은 저금리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퍼부은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뜻한다.실제로 신흥국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자금 이탈이 꾸준히 일어났다.
시장정보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흥시장의 주식 자금은 9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 유출 규모는 454억 달러(53조원)에 달한다.신흥국 채권 시장에서도 6주 연속 순유출 상태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마저 단행됐다면 신흥시장은 휘청거릴 가능성이 컸다.시장의 걱정을 덜어준 연준의 금리 동결 조치에 신흥국 금융시장의 자금 이탈 우려는 줄어들 전망이다.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우려가 걷히면서 지난 16일 외국인이 30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다만 금리 인상이 미뤄졌을 뿐 사라진 재료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올해 또는 내년에 미국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의 자금 이탈 우려는 다시 불거질 수 있다.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팀장은 “금리 동결로 위험자산 중심으로 불안 분위기가 누그러지겠지만 정책 불확실성 지속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우려가 장기화할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리스크가 신흥국 금융시장에는 더욱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FOMC에서 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한 명확한 신호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은 증폭될 전망이다.옐런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10월도 가능성이 있다”고만 밝혀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전망이 분분한 상황이다.미국이 경제 회복에도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기를 나쁘게 봤다는 것으로 해석돼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나온다.경제가 좋아지는데 거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뒤늦게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금융시장이나 경제를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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