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기업 M&A ‘삐걱’…30대그룹 부가가치는 하락세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성장가도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체질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금융위기의 덫에 걸려 부실에 빠진 대기업이 추진 중이던 구조조정과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21일 금융권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매각이 불발되면서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현대증권 매각은 현대그룹이 지난 2013년 말 발표한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 중 마지막 핵심 절차이기 때문이다.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주식담보대출 2000억원의 만기를 현대증권 매각 종료 시점까지 연장해주는 지원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또 그룹의 경영 위기 탓에 매물로 전락한 현대증권의 장기 영업 악화도 불가피해졌다.산업은행 측은 “대우증권 매각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께나 현대증권의 재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현대그룹과 현대증권은 장기간 불확실성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건설의 매각작업도 삐걱거리고 있다.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은 단독 참여한 현대백화점그룹과 대주주인 사모펀드 KTB PE 간 가격 협상 난항으로 지연되고 있다.현대백화점그룹은 본입찰에서 제시한 인수가인 4700억원을 고수하고 있으나, KTB PE는 인수가의 2배인 6000억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부건설도 본입찰을 27일로 애초 계획보다 1주일 늦췄다. 지난달 예비입찰에 참여한 중국계 건설사와 SM그룹이 인수전에서 빠진 데다 실사에 나선 1∼2곳 후보들의 본입찰 참여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국내 시멘트업계 1위 업체인 쌍용양회공업의 매각작업도 2대 주주의 변수로 순항 여부가 불투명하다.채권단은 쌍용양회 주식 3705만1792주(46.14%)를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공고하고 이달 29일까지 인수 의향서(LOI)를 받기로 했으나 지분 32.36%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법정대응을 벌이며 반발해 매각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부실 대기업이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계획 이행을 제때에 하지 않으면 정상화가 지연되고 결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부실 대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를 이끄는 30대 그룹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지난해 국내 30대 그룹의 부가가치 총액은 207조원으로 전년보다 0.6%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계열사 293곳의 지난해 부가가치 창출액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207조6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0.6%(1조2천898억원) 감소했다.재계 1위 삼성을 비롯해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진 등 주요 그룹의 부가가치 창출액이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탓이다. 지난해 실적 하강국면에 직면했던 삼성전자의 부진은 국내총생산(GDP)를 0.5%포인트 끌어내리는 결과로 나타났다.30대 그룹 중에서도 상위 10대 그룹의 부가가치 총액 감소율이 두드러졌다.상위 10대 그룹의 부가가치 총액은 173조1570억원으로 0.9%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1조5916억이나 줄어 30대 그룹 전체 감소액(1조2898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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