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에는 지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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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에는 지금 무슨 일이…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7.11.0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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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4명 잇단 돌연사∙폐기물 불법매립 적발에 불매운동까지 ‘한숨짓는 한국타이어’

유족특징 기록한 가계도 발견, 유가족 “약점 잡아 회유하려는 속셈” VS 사측 “유족 도와주려는 순수한 의도”
중제: 유족 “유해 작업환경이 돌연사 원인” VS 사측 “유해물질 제거했다”
중제: 땅 팔 때 쓰레기도 함께 판다? 산업폐기물 묻힌 땅 그대로 판 한국타이어

국내 굴지의 타이어 생산업체인 (주)한국타이어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연구소와 공장에서 연이은
직원들의 돌연사가 발생하고 거기다 한국타이어측이 유가족 특성을 분석한 ‘가계도’까지 발견되면서 상
황은 한국타이어측에 불리한 쪽으로 치닫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매운동 바람까지 일어 글로벌 탑5를 목표로 하겠다던 한국타이어의 야심 찬 포부가 위태로워 보인다.

직원 14명 죽음의 끝은…

▲ 지난 6일 유가족공대위가 한국타이어본사 로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올 9월까지 한국타이어 대전∙충남 금산 공장 등에서 근무하던 직원 14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절반인 7명은 집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던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연사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직원들의 죽음이 시작된 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들의 사망원인을 놓고 유가족과 회사측의 팽팽한 대립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상태. 유가족측은 “유독성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근무환경과 과도한 업무량에 의한 스트레스 등이 사망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타이어측은 “회사 내부에서 죽은 것도 아니고, 업무로 인한 죽음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반응이다.이에 따라 유가족공동대책위원회(대표 조호영)는 지난 달 중순께 한국타이어 대표에게 공문을 발송, 면담을 요청했고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6일 한국타이어 본사 로비를 점거했다. 본사로의 진입과정에서 양측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유가족은 이날 밤새 본사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다음 날인 7일 오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한국타이어 서승화 대표의 구두약속을 받고 농성을 해제했다. 이와 관련 대책위 조호영 대표는 “농성을 한 결과 그 동안 면담요청 등 우리의 요구를 묵살해온 회사측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며 “그간 회사측에 대한 많은 불신이 쌓였다. 성의 있는 태도로 유가족과의 대화에 임하겠다는 회사측의 말을 한 번 더 믿기로 하고 농성을 풀었다”고 설명했다.조 대표가 회사측에 불신이 쌓였다고 말하는 이유는 “회사가 고인의 산재처리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유가족측 주장외에도 공장 근로자들에게 “유족대책위 주관 집회에 참여하거나 동조하면 명예훼손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경고문을 발송했기 때문. 또 사측은 은밀하게 유가족의 가계도를 작성하기까지 했다.

돌연사한 직원 ‘가계도’까지 그려 관리

▲ 사망한 직원을 중심으로 유가족의 특징을 기록해 놓은 한국타이어의 내부기밀문서가 발견됐다.
한국타이어 내부고발자가 민노당 천영세 의원실을 통해 공개한 이 가계도 중앙하단에는 ‘내부기밀문서’를 뜻하는 ‘Confidential for internal used only’가 뚜렷이 적혀 있었다. 이 문서에는 사망한 직원을 중심으로 조부모를 비롯해 자녀에 이르기까지 가족들의 나이, 학력, 성격 심지어는 주거형태, 빚, 입양기록 등 개인 신상이 적혀 있다.입수된 자료 중 사망한 권씨 가계도에는 ‘실질적인 실권자임’ ‘결정권한 없음’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고인 박씨의 경우 ‘시댁보다 친정쪽에서 지속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판단 됨’ ‘형제간의 배분 경쟁이 있음’ ‘생후 20일된 딸 입양’ 등 개인적인 부분까지 기록돼 있었다.

또 각 유가족별로 팀장급을 책임자로 한 고인 전담직원과 회사 내 친분 관계를 담은 내용도 기재돼 있었다.
이에 대해 유가족측은 “사측이 유가족들과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가계도를 만들었다”며 “결혼 전 일까지 상세하게 기록돼있는 것으로 미루어 약점을 잡아 회유하려는 속셈이다. 몇몇 유가족들이 투쟁을 포기한 이유를 알겠다”며 분노했다.

한국타이어측은 그러나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한 관계자는 “가계도는 회사측이 만든 것임에는 틀림없다”며 “그러나 산재신청을 도와주고 유가족들의 취업을 알선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가계도의 내용도 고인이나 유족들에 대한 뒷조사가 아닌 입사자료와 동료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 죽음 연관성 규명위한 역학조사 나서

▲ 지난 6일 유가족공대위가 한국타이어본사로 진입하기 위해 본사직원과 실갱이를 벌이고 있다
한국타이어 직원의 잇따른 사망사건은 지난 4일 MBC ‘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보도되면서 본격적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타이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솔벤트(타이어 접착에 필요한 유기용제)’가 심장 질환의 원인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회사 측은 “인체에 유해한 솔벤트의 사용을 중단했고 현재 사용하는 솔벤트에는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MBC 실험결과 현재 한국타이어에서 사용하고 있는 솔벤트의 유해성은 일반 솔벤트와 다르지 않았다.

이에 노동부는 지난달 초부터 한국산업안전공단과 공동조사반을 구성해 한국타이어 직원 사망과 작업환경 등과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 역학조사에 나섰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근로자 사망원인과 작업환경과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게 주 목적”이라며 “심혈관계 질환의 특성상 조사기간은 당초 예상기간인 3개월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또 오는 17일에는 사망직원들과 관련된 공정에서 근무 중인 직원 788명을 대상으로 ‘임시 건강진단’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1년 매각한 공장부지에서 최근 불법폐기물이 발견되면서 한국타이어는 줄초상 분위기다. 건물 신축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중 부지 지하에 타이어의 제조 원료인 ‘카본블랙’이 다량 포함돼 있는 산업폐기물이 발견된 것.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측은 “법원에서 나온 결과대로 폐기물 처리에 든 비용을 시공사에 지불하기로 했다”며 “갑작스레 좋지 않은 뉴스가 많이 터지고 있어 역효과도 배로 얻고 있다. 대응자료 준비로 며칠 째 밤샘근무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설상가상으로 MBC ‘시사매거진2580’ 보도 후, 시민단체와 누리꾼을 중심으로 한국타이어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면서 한국타이어는 그야말로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회사측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불매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제품 불매운동 토론방이 개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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