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전문직을 갖거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거라면
그냥 쿨하게 ‘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겠다”
“우리의 목적은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질문을 던지는 것”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갖게 하고 싶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 1993년생 5명이 대학거부선언을 처음으로 제안해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 발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난다 :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에 참여해 활동하는 이들 대부분은 이전부터 각기 나름의 청소년 인권 문제를 다루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둠코와 나는 ‘아소다로’라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이 모임에는 유난히 1993년생이 많았다. 이 친구들 대부분이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의 제안으로 결국 일을 저지르게(?) 됐다.
“실제 이름이 왜 중요하죠?”
- 모임의 구성원들 대부분이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실명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있나.
▲난다 : 일부러 이름을 숨기려고 닉네임을 쓰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아소다로’와 같이 그동안 참여했던 여러 모임에선 서로 닉네임을 불렀다.
이번에 대학입시 거부운동을 하면서 많은 기자들이 자꾸 실명을 물어왔다. 실제 이름이 왜 중요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난다 : 고등학교를 중간에 관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에 대한 답답함이 나에게는 남들보다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는 입학 첫날부터 야간 자율학습을 시켰다. 나는 아직도 그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 학교를 다니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자퇴 후 처음 몇 달간은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에 가려고 공부를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는 게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인지 이 사회에서 대학을 강요하기 때문인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고, 스스로 이유를 설명하려 해도 설득이 되지 않았다.
▲둠코 : 나 역시 고등학교를 6개월 다니다가 관뒀다. 하기 싫은 것은 안하는 성격일 뿐 별 생각이 없었다.
주변에 고등학교를 다니는 친구들만 봐도 벌써부터 대학에 가서 어떤 고시를 볼지, 어디에 취직할지 미리 계획을 짜놓고 공부한다. 대학에 가서도 이런 공부를 해야 한다면 안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김여진씨 ‘꿈’ 트윗 기뻤다”
- 본격적인 대외활동을 한 것이 지난 10월10일 청계광장에서 진행한 ‘대학입시거부 1인 시위’다. 같은 달 말에는 할로윈 행진을, 1일에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주변 반응은 어땠나.
▲둠코 : 인터넷 반응은 뻔했다. ‘너무 부정적인 것 아니냐’ ‘대안을 내놔라’ 라는 등이다.
그러던 중 배우 김여진씨가 트위터를 통해 “전국의 고3들이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걸 보는 건 내 여러 꿈 중의 하나”라는 글을 게재한 것을 봤다. “우리 편이 생겼다”는 생각에 기뻤다.
-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난다 : 초반에 갈등이 있었다. 부모님은 “조금만 더 참아봐라” 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부모님을 설득했고, 결국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래도 여전히 부모님은 “너 앞으로 뭐할래”라는 말씀을 가끔 하곤 하신다.
하지만 최근 대학거부 선언을 하면서 부모님께 대학이 가진 문제에 대해 지칠 때까지 설득을 했고, 부모님은 교육 쪽으로는 최대한 지원해 준다고 하셨다.
- 일각에선 대학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되지 않아 못가는 것에 대한 핑계가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난다 : 그런 질문을 받으면 “공부를 잘했지만 생각이 깊어서 대학을 안 간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이야기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했다. 1순위는 서울대 자퇴생, 2순위는 다른 대학 자퇴생이고, 나머지 3순위가 비진학생이었다고. 학벌사회를 거부하는 것도 학벌이라는 게 영향을 미치는구나 생각했다.
- 김예슬씨가 고려대 학생이어서 사회적 파장이 크게 일었던 반면, ‘투명끈들의 모임’에는 이미 비진학자이거나 앞으로 진학을 거부하려는 친구들이 많다는 이유로 이번 ‘대학 입시 거부 운동’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겠다.
▲난다 : 사실 이번 대학 입시 거부 운동의 시초는 지난 2004년에 광주에서 수능 거부 1인 시위를 한 박고형준 군이다. 이후부터 매년 1인 거부 운동이 있었고, 학생인권조례 운동 등 여러 번 기자회견을 해왔다.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우리가 바꾸고 싶은 것에 대해 한 순간에 큰 변화를 바라기 보다는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둠코 : 두려운 것은 사람들이 면역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우리 모임에 활동 중인 서울대 자퇴생 ‘공현’(필명)군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듯 이번에도 개개인이 부각되고 있는데, 눈길을 끄는 소재가 떨어지면 관심도 떨어질까 두렵다.
- 대학을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에 대해 “대학에 가지 않고도 성공한다면 인정해주겠다”는 반응도 있다.
▲둠코 : 성공의 기준이 전문직을 갖거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라면 그냥 쿨하게 나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겠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성공이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 대학을 안가고 싶으면 개인적으로 조용히 안가면 된다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나?
▲난다 : 처음부터 세상에 알리고자 한 목적은 단 한가지였다.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지는 것이다.
조용히 대학을 가지 않으면 사람들은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면 우리를 낙오자 혹은 루저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인지 아니면 세상이 문제인 것인지 묻고 싶었고, 우리가 잘못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우리에게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둠코 :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같이 내야 그나마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준다. 함께 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 대학에 가지 않아서 가장 좋은 점과 가장 아쉬운 점은?
▲난다 : 좋은 점이라기보다 다른 친구들은 공부에 쫓겨 힘들어 보일 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위안이다.
92년생이어도 고등학교를 다니면 술을 못 사게 돼있는데 고등학생이 아니라는 증거로 재학 중인 대학의 학생증을 달라는 것이었다.
- ‘대학 입시 거부’ 운동에 대해 여러 가지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운동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나.
▲둠코 : 사람들은 우리가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으며 우리의 주장에 현실성이 없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바라는 교육과 대학, 그리고 사회의 변화가 사람들에게 좀 더 가벼운 소재로 다가갔으면 한다.
▲난다 : 우리의 행동을 보고 사람들이 마음속에서만 바라던 것을 말과 행동으로 내뱉을 수 있는 일종의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