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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무리한 기소 논란과 검찰과 법원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던 전남 순천의 부녀(父女)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지방고등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창한)는 10일 존속살해와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모(61)씨와 딸(28)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실체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들의 자백이 결정적 증거로 제시돼 검찰과 변호인측이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여 관심을 끌었다. 1심 재판부는 백씨 부녀가 검찰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한데 대해 증거 능력이 낮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으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1심 재판부는 백씨 부녀의 진술이 자의에 의한 임의성은 인정되지만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진술의 임의성과 함께 백씨 부녀의 진술중 청산가리 형태와 색깔, 보관 방법 등 범행 내용에서 상당부분 일치해 신빙성이 있는 증거로 채택했다. 범행 동기인 백씨 부녀간의 성관계에 대해서도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백씨 부녀가 성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아내이자 어머니인 A(당시 59세)씨를 살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성관계를 했더라도 마음을 터놓고 지낸 사이가 아닌 만큼 범행을 공모한 동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부녀의 성관계 사실을 알고 있는 A씨가 사건의 성질상 외부에 발설하기 힘들어 노출되지 않았고 부녀가 이를 은폐하기 위해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많다고 결정했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결정적 증거인 범행에 사용하고 남은 청산가리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마을 개울가에 버려 찾을 수 없다는 딸의 진술에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번 사건은 검찰 기소 단계에서부터 백씨 부녀가 진술을 번복하며 무리한 기소라는 논란이 일었으며, 공판 과정에서는 검찰의 변론재개 신청을 법원이 불허 처분하는 등 '검(檢)-법(法)' 갈등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피고인들의 자백이 신빙성이 있는데도 재판부가 사실을 오인하고 합리성을 결여한 판단을 했다며 항소했다. 이날 항소심 선고 후 백씨 부녀는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무죄 선고를 받은 지 1년 9개월만에 다시 담담한 모습으로 법정구속됐다. 백씨 부녀는 항소심 선고 결과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씨 부녀는 2009년 7월6일 오전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A씨에게 건네줘 희망근로에 나간 A씨와 B씨가 이 막걸리를 마시고 숨졌으며 함께 마신 2명도 병원 치료를 받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