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캐럴 고엽제 의혹 해소 전혀 안돼"
[매일일보=한승진 기자] 한미공동조사단이 29일 칠곡군 캠프캐럴 부대 내 고엽제 매립 의혹과 관련, 고엽제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최종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반발 여론이 뒤끓고 있다.
주민들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본격적인 정밀조사를 이제부터라도 진행할 것과 주민 우려해소를 위해 건강피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젊은 시절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뒤 고엽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한 주민은 주민간담회에서 "가만히 있어도 병으로 쓰러지고 있다. 고작 노트 한 권의 보고서로 고엽제가 없다고 결론내는 것을 주민들이 믿겠느나"며 “미군이었던 스티브씨가 자국이익에 반하는 그런 거짓말을 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주민은 또한 “처음부터 SOFA와 관계없이 한국땅이니까 파보자고 했다. 왜 우리땅을 못 파느냐. 이거는 아니다. 만일 썩지 않고 있다 나중에 썩는다고 예상되는 데도 안 파볼 수 있는가"라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은 "스티브씨 자신이 앓는 병이 고엽제 후유증이다. 500여 드럼을 묻어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1979년 굴착 보호구역에 보관했다 미국으로 옮겼다고 주장한다. 1년밖에 묻혀 있지 않았는데 현재 이 같이 많은 오염물질이 나올 수 있나. 직접 파보는 것이 가장 비용도 적게 드는 것일텐데 왜 그러냐"고 따졌다.
조사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독극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조사가 실망스럽다. 과학적이고 투명적, 객관적이라 했지만 매우 의혹이 많은 조사방법이다. 조사는 고엽제가 없다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진행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스티브씨는 드럼통에 오렌지 띠가 있다는 것까지 기억할 정도로 구체적이었고 공개적이었지만 한미조사는 구체적 내용을 알리지 않는 등 비공개적으로 진행됐다”며, “그러면서 결과를 믿으라고 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나"고 덧붙였다.
한 주민은 "시료채취를 미군부대만 했다고 하며 깊이 등에서도 차이가 나는 등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관련 조사를 많이 했다면서도 그 결과는 한 번도 언론 등에 공개된 적이 없다. 최종보고도 별다른 이유나 설명 없이 당초 계획보다 1달여 늦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피해보상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한 주민은 "왜관주민들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 피해보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엽제대책위 한 관계자는 "주민들은 아직도 지하수를 먹고 있다. 매일 불안에 떨면서도 어쩔 수 없이 먹고 있다. 역학조사든 뭐든 빨리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헬기장 주변 마을에 사는 주민은 "마을에 산지 50년이 됐다. 그동안 헬기장 사격훈련이나 소음 문제도 있었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최근 고엽제와 관련해서 주민들이 건강에 대한 우려가 많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지역 환경단체인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결과발표로 국민들과 칠곡군민들의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며 "혼란과 불안감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녹색연합은 "무려 7개월에 걸쳐 캠프캐럴 내외부에 대한 토양 및 수질 조사를 실시했지만 고엽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것"이라며 "조사방법이 고엽제 의혹을 밝히는데 매우 제한적이고 한계가 많아 향후 국제사회의 비난과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캠프캐럴 주변 주민들 중에는 암과 백혈병 등 심각한 건강상 피해사례가 확인돼 정부가 역학조사에 들어갔음에도 건강영향은 없다고 결론내린 것은 향후 철저한 환경오염 대책을 수립할 의지가 없는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 정부와 주한 미군이 고엽제 매립의혹을 밝히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정밀조사를 통해 고엽제 문제와 캠프캐럴 환경오염문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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