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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연구단장] 무심히 서울 계동거리를 거닐다가 보면 빌딩숲속의 주차장 한켠에 돋보이지도 않은 작은 석조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 초기 세종때 만들어진 천문관측대이다. 현재는 석조물의 뼈대만 남아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아주 중요한 국가주요 구조물로 그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조선시대 세종은 기상변화를 예견하고 시간을 소중히 관리하고자 장영실과 정인지를 통해 천문기구 관측을 명하고 천문관측시설을 만들게 한다.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선조들은 농사를 제대로 짓기 위하여 시간을 무엇보다 중히 생각했다. 시간을 알리는 신하들이 제때 알리지 못할 경우에는 벌로써 곤장으로 다스리기까지 했다. 이렇듯 왕실에서는 과학기술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백성의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하여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지난달 21일은 과학의 날이었다. 과학의 날을 기념해 서울 광화문 광장 주변으로 과학축제행사가 도처에서 열렸다. 주말을 통해 많은 학생과 일반 시민이 행사장을 찾았으며 과학인으로써의 성과를 홍보하고자 노력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시민들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생각을 해 보면 과학기술 축전에 대한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듯 했다. 서울마루광장 한컨에 전시돼 있는 전시물과 홍보물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생각하면 쉽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서울시 중심 대로변의 관천대와 과학기술에 대한 홍보부스를 서로 중첩해서 생각해 보면 시민들의 관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 않은가?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여러 생각이 든다. 해결점을 한번에 찾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우선 각자 맡은바 임무에 대해 충실히 역할을 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서로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일례로,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는 사뭇 남달랐던 것 같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영실은 사람됨이 비단 공교한 솜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질이 똑똑하기가 보통보다 뛰어나서…(중략)…만약 이사람이 아니었다면 결코 만들어(자격루)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 세종의 장영실 사랑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이외에도 황희의 추천에 의하여 관직을 받게 된다. 이렇듯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고 노력하고 외부에서 지원이 이뤄진다면 한층 더 나은 이상적인 사회가 실현되지 않을까. 지금에 와서 이런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최근 사회분위기를 보면 과학기술인의 위치가 계동의 관천대와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이었으며 모든 사람들의 관심대상 중심에 있었던 부분인데 바쁜 현대사회를 살다가 보면서 과학의 소중함이 한쪽으로 물러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작년 12월 언론기관에서 조사한 초등학생들의 꿈에 과학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이를 반영해 주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꾸준히 계속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연구는 2년에서 3년에 종결되는 과제가 대부분이다. 연구활동 결과물 도출이 급해 장기적인 연구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연을 다루는 학문의 경우 장기 모니터링을 토대로 자료를 취합 분석하고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이 통상적인 연구활동이다.기초연구에 대한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자료 취합과 수집은 연구활동의 기본이자 시작인 것이다. 과제 수주에 급급한 연구제안서 작성 및 연구수행보다는 현실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고 보다 나은 사회로 진일보하기 위한 연구활동이 우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이제 과학기술이 없이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어린 학생의 꿈이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회가 되도록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과학기술자를 신뢰하고 믿어주며, 연구자는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고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면 국민들의 눈높이에 한층 더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도심지 주차장에 찾아오는 이 없이 이름모를 석조구조물로 남아 생활터전의 장애물로 전략되지 않을까? 이런 것을 걱정하지 않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