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연구단장] 올해는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재난역사를 다시 썼다. 제 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태풍이라 하면 기본적으로 호우를 동반했으나, 이번 태풍 링링은 호우는 없었지만 단어 뜻대로 엄청난 바람을 몰고 왔다. 링링은 최대풍속이 52.5m로 현재기록보유인 2003년 매미의 초속 60m 기록에는 못 미치지만 역대급 다섯손가락에 들 정도로 막강했다.
태풍이 오기 전날 필자는 행정안전부 회의차 세종시를 방문했다. 그러나 회의 주재할 담당과장은 비상재난대응반에 부득이 파견을 나간 상황이었다.
역사 속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조선시대에 다산 정약용이 집필한 목민심서가 있다. 목민심서는 마을 수령들인 목민관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힌 것이다. 책의 구성은 부임(赴任)·율기(律己)·봉공(奉公)·애민(愛民)·이전(吏典) ·호전(戶典)·예전(禮典)·병전(兵典)·형전(刑典)·공전(工典)·진황(賑荒)·해관(解官)의 12편으로 나누고, 각 편은 다시 6조로 나누어 모두 72조로 편제돼 있다.
목민심서 중에 재난과 관련된 몇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봉공편에 국가적 재난상황에서는 공무원을 현지에 파견해 재난상황을 대처하고 대응하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왕역(往役)이라고 현지에 급파해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또한 목민심서 핵심교훈 중에 하나로 유비무환의 자세로 재난에 대비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책임자는 언제든지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인간의 부주의나 잘못으로 인한 인위재난이나 자연으로 인한 자연재난을 입는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에 다산은 재난 구제를 위해 재난 방비를 위한 유비무환의 정신, 신속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위기나 위험은 사전에 반드시 신호를 보내게 돼 있다고….
이 외에도 다산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목민관의 대응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목민심서 중 진황 6조에 의하면 이재민에 대한 먹을 것과 구호정책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비자(備資), 권분(勸分), 규모(規模), 설시(設施), 보력(補力), 준사(竣事) 등 여섯 조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제도에 국한하지 않고 담당관리의 역할도 중요시하고 있다. 애민편에는 재난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재난이 일어난 후에 구휼하는 것보다 나음을, 또한 재난을 겪은 후에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자연재난 중 태 풍대비를 위해 국민행동요령을 제시하고 있다. 도심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는 유리창에 테이프 붙이기, 건물 간판 및 위험시설물 주변 접근하지 않기, 바람에 날아갈 물건 정리 등이 있을 수 있다. 해안가에서는 선박에 대한 대피가 우선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실제 도시생활 중에 태풍을 대비하는 실천력에는 다소 의문이 든다. 지난 ‘링링’ 때에도 방영되는 뉴스를 보면 도심지에서 비를 맞으며 우산으로 바람을 막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판이 떨어져서 바람에 날려 행인들이 피하는 모습이 매번 똑같이 반복돼 방영되고 있다. 분명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온다고 예보를 했고, 가능한 외부행동을 자제를 요청했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겠지’ 하면서 재난을 대비하는 마음이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의 노력도 반드시 실행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형재난이 많지 않은 편이라 재난을 대하는 국민들의 마음가짐이 다소 느슨한 것 같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콘크리트 건물이나 건축물 외장재가 파손돼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나에게 닥칠 수 있는 재해라고 생각하고 재난 시 국민행동요령을 잘 준수하고 피해가 최소화됐으면 한다.
재해를 당하고 나서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귀찮고 때로는 힘이 들지 모르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언제 발생할지 모를 재난에 항상 대비하는 자세로 준비하고 대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