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연구단장] 최근 스마트도시 설계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과거 조선시대에 한양을 도읍지로 정할 때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을까? 태조가 개성에서 한양으로 수도를 옮긴 목적에는 정치적인 터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었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형적인 요건이 한양이 좋았으며, 이런 부분이 우선시 됐을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한양을 둘러산 내사산(북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악산, 타락산, 목멱산, 인왕산)의 형상과 군자남면(君子南面)을 향하고 한강을 바라보는 지세가 선결조건이 됐을 것이다. 한양 천도와 더불어 제일 먼저 정치(定置)를 둔 것이 경복궁을 중심으로 해 좌묘우사를 뒀다. 광화문 앞에 의정부를 위시해 육조거리를 만들고 도시를 형성했다. 지금으로 봐서도 체계적인 도시 설계였으며 내면에 하늘과 조상을 숭배하는 사상이 밑바탕에 있었던 것이다.
당시 한양신도시의 가장 큰 걱정거리 재난은 외부 적의 침입, 화재, 수·재해가 관심 대상이었을 것이다. 선조들은 이런 부분에 어떤 방책을 세웠을까?
우선 외세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한양을 둘러싼 총 연장 18km의 한양도성을 세웠다. 도성 공사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100여일에 걸쳐 각 지방의 지원 인력 20만명으로 구축했다. 이후 몇 번의 보수공사를 통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문화유산이 됐다.
다음으로 문제가 됐던 부분이 화마와의 싸움이었다. 당시 모든 건물은 목조건물로 한번 화재가 나면 도시 전체가 잿더미가 되는 형상이라 불의 기운을 누르는 대응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도 궁궐 내부와 외부에 설치돼 있는 해치는 불의 기운을 막기 위해 여러 곳에 배치했다. 이외에도 드므, 금천, 방화수 설치 등 화마와 싸우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양도읍지는 백악산을 모산으로 했다. 백악산 자락에 있는 청계천 발원지를 통해 열상진원지로 자연스럽게 물길을 만들고 궁궐을 굽이 돌아 청계천으로 흘러가게끔 수로를 형성시켰다. 이외에도 삼청동에서 흘러 들어오는 계곡물은 지금 인사동 골목으로 유입되게 돼 있고 현재는 흔적만 남아 있다. 이렇듯 자연 경사를 통해 계곡수를 유도케 했다.
지금은 배수시설 기능이 상실됐고 광화문 광장으로 유입되는 노면수 때문에 도심지 홍수가 왕왕 나는 것은 이런 흐름을 제대로 유도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600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도시 건설 등 신도시 건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4차산업 시대에 돌입해 쾌적한 생활 환경과 똑똑하고 지능화된 도시에 살고 싶어하는 도시 거주민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와 발맞춰 스마트도시가 뜨고 있다.
10여년 전 유비쿼터스 도시 건설 등의 시대적인 붐이 일어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시범적으로 추진했으나 흐지부지 사라져 버렸지만, 최근 스마트도시가 새로 부각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도시 내의 모든 정보 공유와 생활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로 수집된 생활정보를 클라우드(Cloud) 기반 인공지능(AI) 분석의 최적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다. 거주지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스마트폰을 통해 문자나 상황을 신속히 전달하는 것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는 실정이다. 또 폭염이나 홍수 때에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재난정보를 손 쉽게 받아 볼 수 있는 기술이 실용화된 상태이다.
현 시점에서 스마트도시를 설계할 때 주요 고려 대상은 과거 자연 숭배와 천신에 대한 사상적인 개념보다는 거주민의 편의성, 효율성, 안전성이 설계 주안점이 될 것이다. 교통이 편리하거나 주거 환경이 좋은 곳을 모두가 선호할 것이며 도시 인프라의 구축 정도 및 도시 산업체와의 연계 등 도시 가치를 높이는 부분이 중요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 주민들 안전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가정 단위에서 개인아파트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를 상상해 보자. 전기 누전, 가스 폭발, 화재 등 지능형 대응체계 구축과 활용이 요구될 수 있다. 지역 및 도시 단위에서는 자연재해 및 지역 단위 관리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미래형 스마트도시에서는 이런 개인 단위에서 지역 단위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대책 마련과 관심이 집약된 도시 설계가 요구될 것이다. 기술 개발도 이와 맞춰 재난안전대응기술 및 안전한 스마트도시 건설이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