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CCTV는 몰래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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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CCTV는 몰래카메라?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5.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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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녹음에 줌 ∙ 회전 기능까지…조사대상 79.5% 불법운영
정부, 불법사실 알고도 ‘쉬쉬’…징계는 권고수준으로 그쳐
연석회의 “10% 조사해 이정도, 전체 공공기관 실태 밝혀라”

▲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CCTV 실태공개와 함께 공공기관 CCTV가 몰래 카메라처럼 남용되고 있는 현실을 규탄했다.
[매일일보닷컴] 아동 ∙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의 증가와 범죄해결의 결정적 단서로 CCTV의 역할이 부각됨에 따라 최근 정부는 CCTV의 설치 확대방침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인권단체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지난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다수 공공기관의 CCTV에 불법적인 음성녹음과 줌 ∙ 회전 기능이 설치돼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CCTV 확대에 앞서 인권정보 침해하는 불법적인 공공기관 CCTV부터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이날 지난 2월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 개인정보보호 심의위원회에서 검토된 ‘공공기관 CCTV 관리실태 현장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그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국민들의 권익을 보호해 줘야할 국가기관인 공공기관에서 뚜렷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CCTV를 설치해 일반인들을 촬영하고 있었고, 심지어 일부 기관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음성까지 녹음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정보보호팀이 서울시청, 강남구청, 한국도로공사, 정부청사 등 14개 기관에 설치돼 있는 12,778대의 CCTV를 조사한 결과 줌기능 10,146대, 회전기능 9,835대, 음성녹음 171대 등 전체조사대상의 79.5%가 불법 특수기능을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4조의2②항에 따르면 설치된 CCTV는 설치목적 범위를 넘어 카메라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추어서는 아니 되며,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법에는 이 같은 규정을 어길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기록돼 있다.
또 이 법률 ③항에는 정보주체가 CCTV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설치목적 및 장소, 촬영범위 및 시간, 관리책임자 및 연락처를 기재한 안내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으며 조사결과 안내판 설치율은 64%에 그쳤다.

▲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CCTV 실태공개와 함께 공공기관 CCTV가 몰래 카메라처럼 남용되고 있는 현실을 규탄했다.
이와 관련 연석회의는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의 CCTV 13만여대 중 10%에 불과한 숫자를 조사한 결과가 이정도이니, 전체적인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며 “안내판 미설치로 인해 시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CCTV로 촬영된 자신의 화상정보를 수사자료로 축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이러한 불법적 실태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정보공개가 될 때까지 쉬쉬했다”면서 “관련 책임자에 대한 징계와 처벌이 즉시 이루어져야 하는데 단순한 ‘권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또 이들 기관들은 개인화상정보를 타 기관에 제공할 때 관리대장에 기록하는 등의 절차도 없이 일을 처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이에 대해 연석회의는 “촬영본 이야말로 개인들의 사생활과 정보가 담긴 소중한 기록일텐데 대장조차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타 기관에 자료를 제공할 때 수사기관의 요구라 할지라도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제시돼야하며, 자료 보관기간 등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인권단체측 의견과 달리 정부는 보고서 말미에 현행 CCTV 설치 규정마저도 완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안내판 설치대상 조정, 음성녹음 예외 인정 여부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연석회의 한 관계자는 “설치규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이날 CCTV 실태조사가 6일 안에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부실조사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전체 공공기관 CCTV의 실태를 조사,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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