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가 듀폰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첨단섬유 제품의 미국내 판매를 20년간 금지당했다.

31일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코오롱의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에 대해 향후 20년간 미국 내 생산 및 판매금지를 판결했다.

이번 결정은 코오롱이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한 배심원단의 평결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배심원단은 코오롱이 듀폰에서 케블라 마케팅을 담당했던 인사를 채용해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며 "아라미드는 불법적인 제품"이라고 평결했다.이번 소송의 핵심인 아라미드 섬유는(aramid fiber) 섭씨 500도까지 견디는 내열성과 화학약품에 강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섬유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라미드 섬유 시장의 성장성을 연간 2조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코오롱은 지난 2005년 아라미드 브랜드 ‘헤라크론’을 런칭했다. 이는 듀폰, 일본 데이진에 이어 3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듀폰은 코오롱이 '헤라크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기술을 빼돌렸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법원은 이런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미 법원은 코오롱이 9억1900만달러(한화 1조 445억원)의 배상금을 듀폰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코오롱은 듀폰을 상대로 케블라섬유의 독점금지 소송을 제기해 양측은 현재까지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지난해 미 법원이 판결한 배상금 규모는 역대 배상금 액수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판결이 나온 당일 코오롱 그룹 관련 주들은 폭락해 시가총액 수 천억원이 증발하기도 했다.미 법원이 배상금 판결에 이어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자 지주회사 코오롱을 포함해 코오롱그룹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1~3% 정도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한편 이에 대해 코오롱 측은 ´미국 대기업의 횡포´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코오롱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코오롱이 독자적으로 개발해온 기술의 사용과 제품 생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라며 "기술 개발을 위해 30년 동안 쏟은 피와 땀, 연구 비용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결과이자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우리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횡포"라고 주장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 국책사업의 결과로 개발된 첨단산업 기술을 일방적인 잣대로 무력화시키는 미국 거대기업의 횡포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동시에 이 판결로 야기될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 및 그 가족들의 피해, 국가경제에 미치는 모든 직간접적인 불이익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