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메트라이프생명과 AIA생명이 인력 빼돌리기 문제로 법정공방을 치를 상황에 놓였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자사의 유능한 보험 설계사를 AIA생명이 영입해간 탓에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게 됐다며 AIA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최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은 “실적 좋은 설계사를 대규모로 빼내가 영업을 방해했다”며 AIA생명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150억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메트라이프생명 소장을 통해 “AIA생명이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지점장 급에게 연봉의 2.5배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메트라이프생명의 설계사를 상대로 조직적이고 공격적인 유인 캠페인을 벌였다”고 주장했다.지난 7~8월 사이 가장 실적이 좋은 지점의 직원 160명 가운데 십수명을 제외한 전부가 AIA생명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지점 자체가 와해되고 영업이 심각하게 방해받았다는 게 메트라이프생명의 주장이다.이에 대해 메트라이프생명 측은 “상급자가 소속회사를 변경하면 하급자 중 일부가 소속회사를 변경한다”며 “특정회사가 상위 지점 조직 전체를 유인하는 행위는 경쟁사들 사이에 상호 용인되는 수준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하지만 AIA생명은 메트라이프생명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AIA관계자는 “우리가 조직적이고 공격적으로 경쟁업체의 보험설계사를 유인했다는 것은 메트라이프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보험설계사의 채용은 원래 1년 내내 진행되는 것이고,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들이 경쟁사를 돌고 도는 게 흔한 일”이라며 “실정이 이러한데 우리가 특정 회사를 타깃으로 삼아 조적적으로 (설계사들을)빼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그러면서 그는 “소송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는 바 없다”며 “앞으로 진행될 소송을 지켜보는 게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서는 보험업계에 만연한 과도한 설계사 영입 경쟁이 결국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한다.그도 그럴 것이 국내보험시장은 보험설계사를 통한 영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성과가 좋은 설계사를 데려가려는 경쟁사간 영입 전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회사의 중요한 자산인 영업인재들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보험사들은 안정적인 영업망을 구축하는데 상당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보험사들은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각 지점에 본사 직원을 급파하며 방어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인의 이직 결심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비슷한 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에 따라 일각에선 보험설계사가 보험회사의 중요 자상인 만큼 다른 산업분야에서처럼 동종업계 이직에 유예기간 등의 규제를 둬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휴대폰업계나 군수업계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인력유출 문제로 마찰이 생길 경우 법원이 보통 1년에서 2년 정도의 이직 유예기간을 인정해주는 판시를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