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텍 매각 속내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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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텍 매각 속내는 이렇다?”
  • 나정영 기자
  • 승인 2005.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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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계열이 휴대폰 전문 제조업체인 SK텔레텍을 전격 인수키로 함에 따라 국내 휴대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외국시장 진출을 꾀하는 국내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과 휴대폰 세계 5위권 도약을 꿈꾸는 팬택 계열의 이러한 전략적 제휴에 대해 관련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현재 보유중인 SK텔레텍 지분 89.1%(총 675만주) 중 60%(450만주)를 팬택앤큐리텔에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팬택계열은 SK텔레텍의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인수하고, SK텔레콤은 지분율 29.1%의 2대 주주로 남게 됐다.

인수 대금은 주당 6만6천50원으로 총 3천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중국 우루무치에서 짓고 있는 연산 80만대 규모의 휴대전화 생산공장도 팬택으로 넘어가게 됐다.

SK텔레콤과 팬택앤큐리텔은 올 상반기 중으로 SK텔레텍 경영권 이전문제를 마무리짓고 전략적 제휴를 위한 공동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비상임이사 1~2명에 대한 선임권을 갖도록 하는 한편 향후 3년이상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기존 경영진과 직원을 그대로 채용하기로 했다. 또 SK텔레텍의 ‘스카이(SKY)’ 브랜드를 팬택이 계속 사용하도록 했다. 이로써 국내 휴대폰시장은 삼성전자와 팬택 계열, LG전자 등 3강 구도를 굳히게 됐다.

SK텔레텍에 따르면 작년의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6.2%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LG전자 24.6%, 팬택계열 16.2%, SK텔레텍 7.0%의 순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경우 팬택은 LG전자를 턱밑까지 쫓아와 2위를 넘보게 된다.

SK텔레콤과 팬택이 손을 잡은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SK텔레콤으로서는 단말기 제조업 포기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지난 2001년 정부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으로 인한 쏠림 현상을 우려해 SK텔레텍의 내수 공급량을 올해까지 연간 120만대로 제한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생산제한이 풀리는 것에 대해 팬택 등 단말기 제조업체는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단말기시장까지 확대된다는 점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해왔다.

특히 신규 서비스 일정 등을 SK텔레콤과 공유하면 SK 단말기의 경쟁력은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월등해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SK텔레텍 단말기를 KTF와 LG텔레콤에도 공급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맞섰으나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생산제한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예정대로 생산제한이 풀려도 단말기 수직계열화가 계속 SK텔레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판단, 매각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차라리 지난해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에서 백기사로 나선 팬택 계열에 경영권을 넘기고 전략적 제휴를 이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직접적인 단말기 제조사업을 접는 대신 앞으로 글로벌 통신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사업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 최대규모인 700억원대의 엔터테인먼트 펀드를 만들기로 하고 현재 3개 창투사와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이를 통해 영화, 드라마, 음반 등에 투자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미국 인터넷서비스회사인 어스링크과 합작법인 ‘SK어스링크’를 설립, 올 연말부터 미국에서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을 을 시작으로 글로벌 통신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시장에서 ‘만년 3위’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획기적 전략이 필요했던 팬택으로서도 SK텔레텍 인수는 새로운 도약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소비자들에게 고급 이미지로 각인된 스카이 브랜드를 내수시장 확대는 물론 해외 브랜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이번 인수는 내수시장 확대와 본격적인 해외 브랜드 사업을 추진중인 팬택 계열과 내수 제한에 묶여 있는 SK텔레콤의 이해득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금 유동성이 어느 기업보다 뛰어난 SK텔레콤이 3천억원 때문에 자회사를 매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비록 경쟁사들이 수직결합의 우려를 내세우며 연말까지인 생산량 규제가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는 있지만 SK그룹이 이를 염려해 단말기사업을 포기했다고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SK텔레텍 매각이 분식회계 문제로 검찰로부터 6년형을 구형 받은 최태원 회장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SK텔레텍의 내수 판매대수 제한 문제를 놓고 정부와의 관계가 껄끄러웠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이번 매각은 대정부 관계 개선 효과를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팬택의 SK텔레텍 인수와 관련,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카이’ 사용자 모임인 ‘스사모’(www.skysamo.com)의 권성필 대표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업자의 단말기 제조사 운영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정부와 힘겨루기에서 SK텔레텍을 포기함으로써 정면승부가 아닌 차선책이라고 할 수도 없는 발빼기를 한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는 정통부를 위시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인수는 스사모 가족들에게 적잖은 타격을 주었다”면서 “자회사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SK텔레텍도 어느 정도 피해자지만 고래 싸움에서 새우등 터진 것은 스카이 사용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SKT가 주장하는 윈-윈 효과는 SK텔레콤과 팬택계열간의 윈-윈일 뿐”이라면서 “스카이라는 브랜드 밸류를 단말기 제조사에서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스카이 사용자들이며 그 피해는 브랜드 밸류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쨌든 팬택이 SK텔레텍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휴대폰시장을 놓고 LG전자와의 2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팬택 중저가 제품과 SK텔레텍 고가 제품이 시너지 효과를 올릴 경우 30%대 시장점유율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팬택이 SK텔레텍 인수로 스카이 브랜드 제품 물량 제한이 풀릴 경우 일부 모델군에서 삼성과 팬택간 정면 대결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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