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 새 노다지?…휴대폰 성인물 장사
SKT등 15명 불구속기소, 업자 26명은 벌금

검찰이 휴대전화의 음란성 성인 동영상 서비스에 대해 사법처리에 나섬에 따라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김헌정)는 최근 휴대전화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음란물을 유통시킨 혐의(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SK텔레콤과 이 회사 성인란 운영책임자 최모씨(40), 또다른 통신망 이용업체인 윤모씨(34), LG텔레콤 통신망 이용업체인 인터펄스 최모씨(41)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회사에 성인물 콘텐츠를 제공한 업자 26명에 대해서도 벌금 500만~1천만원에 약식 기소했다.검찰은 KTF와 LG텔레콤을 기소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통신망 이용업체에 통신망을 임대해 독자 운영하도록 했기 때문에 판례상 처벌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그러나 SK텔레콤의 경우는 컨텐츠 제공업체로부터 음란물을 직접 받아 이용자에게 제공했기 때문에 사법처리했다는 것이다.휴대전화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해 음란물을 유통시킨 이동통신업체 관련자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되기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이렇듯 휴대전화 동영상 서비스를 음란물 유포로 단속한 것과 관련, 이동통신업체들은 “현행법에 따라 인증제를 거쳐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이에 따라 이통사들은 법정 대응을 모색하고 있어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검찰에 따르면 SK텔레콤 최씨는 2002년 11월부터 올 5월까지 자사의 이동통신서비스인 ‘준(Jun)’, ‘네이트(nate)’ 등의 성인메뉴에 음란동영상 2천여편과 음란소설 100여편을 올려 한해 평균 78억여원씩 모두 195억여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다.윤씨는 2003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이동전화망을 빌려 이동통신서비스인 ‘핌(Fimm)’, ‘멀티팩’, ‘매직엔’ 등의 성인메뉴에 음란물 1천900여개를 게시해 연평균 18억여원씩 40억여원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검찰은 이번 단속과 관련, “최근 고화소와 초고속 무선인터넷의 발달로 동영상 전문모바일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를 틈타 불건전한 성문화가 조장되고 청소년이 음란물에 노출되고 있어 모바일상 음란물 유포사범을 단속했다”고 밝혔다.검찰은 특히 휴대전화 음란동영상 중 상당수가 남녀간의 변태적 성행위를 묘사하고 외설스러운 자막이 삽입돼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검찰은 현재 휴대전화 보유 청소년 484만여명 가운데 부모 등 성인 명의로 가입한 경우는 140만~190만명으로 추산했다.이들의 경우 부모 등 명의자의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성인인증절차를 통과해 성인물을 쉽게 볼 수 있다고 검찰은 지적했다.김헌정 부장검사는 “문제의 동영상은 직장동료간 성관계, 동성간 성행위 등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음란물”이라며 “청소년도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성인인증을 받을 수 있어 문제”라고 강조했다.따라서 검찰은 앞으로 온라인상 동영상물에 대한 사전규제방안, 휴대폰사용시 청소년 본인명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개선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된 법정형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입법건의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뉴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음란물 유통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그동안 이동통신사의 무선인터넷 콘텐츠는 게임과 음악 등이 주류를 이뤄왔으나 연예인 누드 열풍이 분 작년부터 성인콘텐츠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성인콘텐츠는 주로 동영상, 사진, 야한 소설(야설), 만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현재 동영상의 경우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고 있다.그러나 문제는 연예인 누드 등 사진, 야설, 만화 등의 경우는 사전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관련업체들이 모바일 성인콘텐츠에 연예인 누드를 십분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정부의 사전 심의를 회피할 수 있는데다가 동영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이 용이한 것은 물론 연예인의 인지도를 이용한 마케팅 요소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모바일 성인콘텐츠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이러다 보니 이와 관련된 비리가 잉태될 수밖에 없어, 지난 3월에는 SKT 성인콘텐츠 담당 전직 과장이 납품업체 16곳으로부터 무려 15억원의 금품 및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이렇듯 모바일 성인콘텐츠가 이통사들의 신종 돈벌이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허술한 성인인증시스템을 보완하는데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통사들이 휴대전화 요금청구시 성인용 정보이용료를 따로 표시하지 않아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성인물 이용사실을 제대로 알고 대처할 수 없도록 한 점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이통사들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가입자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채 요금청구서에 성인정보이용료 항목을 신설할 경우 또다른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통사들은 검찰 단속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쳤음에도 검찰이 형법상의 기준을 적용해 음란물 유통죄를 들이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SKT측은 미성년자의 부모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관련, “미성년자 명의로 휴대전화에 가입하면 성인인증 기회를 원천 차단하고 부모 명의로 가입할 경우에는 가입서에 성인 콘텐츠 차단 요청란을 두고 있다”면서 “미성년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더 좋은 제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휴대폰을 통한 음란물 유통이 사회문제화 되자 온라인 유통 동영상물에 대한 사전등급 심사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정부는 지난 14일 중앙청사에서 이해찬 총리 주재로 제2차 4대 폭력(학교, 조직, 사이버, 정보지) 근절대책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휴대폰 영상물을 포함한 온라인 유통 영상물을 비디오물에 포함시켜 사전 등급심사를 받도록 관계 법령을 제정키로 했다.이는 정부가 폭력성 온라인 영상물이 성인PC방과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유통되면서 청소년에게 심각한 정서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이같은 내용을 담은 온라인 유통 영상물 사전등급심사제에 관한 ‘영화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안’은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정부는 또 폭력 영상물에 대한 심의 및 사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여론을 수렴한 뒤 영상물 심의기준을 구체화하고 사후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정부는 이와 함께 잘못된 인터넷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인터넷 부분실명제’ 도입도 검토중이다.

홍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