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퇴근 시간 최소 81분 걸려… OECD 평균 대비 2배 넘어
집값 과도한 상승에 장거리 통근 유발, 출근 시간과 행복 반비례
통근 시간 1시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면 월 94만원에 달해
‘3대 업무지구’ 인근 아파트 선호도 크지만 분양가 높아 부담
전문가 “집값 안정은 물론이고 주거비 지원 등 관련 대책 시급”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서울의 출퇴근 시간이 직장인들의 행복을 갉아먹고 있다. 이렇다 보니 3대 업무지구(여의도·강남·광화문) 인근 아파트에는 언제나 이사 수요가 넘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치솟은 집값 탓에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직장인은 감히 넘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통계청 조사 결과 서울에 사는 사람의 평균 출근 시간은 40.5분(2015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통계청은 퇴근 시간은 이보다 더 긴 것으로 보고 있다. 출퇴근을 합하면 최소 81분을 쓰는 있다는 의미다.
통학시간을 반영한 서울 거주자의 평균 통근·통학 시간은 78.6분으로 2010년(73분)에서 늘어났다. 통근·통학에 2시간 이상 걸리는 사람도 10명 중 3명(28.8%)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이며 평균(28분)과 비교해 2배 이상이다.
서울연구원에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을 위한 서울시 출근통행의 질 평가’ 보고서를 보면 출근 거리와 행복지수가 반비례했다. 단거리(5km 미만) 통근자의 행복지수(73.9)가 가장 높았고, 중거리(5~25km)는 71.6, 장거리(25km 이상)는 70.1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꽉 막힌 도로와 발 디딜 틈 없는 ‘지옥철’, ‘만원 버스’에 매일 같이 시달리는 직장인이 행복할 리 없다. 장시간의 출퇴근 시간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재산상 불이익을 초래하기도 한다.
출근 시간이 1시간인 직장인은 월 94만원의 경제적 손실(한국교통연구원)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직장과 같은 직급으로 근무한다고 해도 거주하는 위치로 에는 연봉이 1128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는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 이사 이유 중 직주근접이 31.0%로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이어졌다. 해당 수치는 2016년(20.0%)과 비교에 11.0%포인트나 늘었다. ‘더 오르기 전 집을 사야 한다’는 30‧40세대의 강박과도 맥을 같이한다.
‘만악의 근원’은 역시 집값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도 직장인들이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높다.
일례로 이달 광화문 인근에서 분양하는 GS건설의 ‘흑석리버파크자이’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2813만원으로 결정됐다. 전용면적별로는 59㎡ 6억4600만~7억200만원, 전용 84㎡ 9억100만~10억600만원 선이다.
이른바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금액이다. 더욱이 인근 단지보다는 2~3억원 정도 낮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가 몰려들 전망이어서 청약 가점이 낮은 30‧40세대 실수요자들은 이마저도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이런 문제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 서울 외곽에서 사는 죄, 회사 떠나면 다른 곳 갈 데 없는 죄 등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겼으나 삶의 질과 전반적인 인생의 행복감 증진은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해 “집값 안정이 시급하지만,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생산연령인구에 대한 주거비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아울러 기업에서 집을 사들인 다음 사택으로 활용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정부가 지원하면 된다. 개인의 행복과 국가 경쟁력이 직결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렵지 않게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