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 상당수 현금까지 바닥… 유동성 확보 비상불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자동차업계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해외 판매 타격이 심각한 데다 재확산이 현실화되면 수출 회복이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57.6% 급감한 9만5400대를 기록했다. 자동차월간 수출 대수가 10만대를 밑돈 것은 2003년 7월(8만6074대) 이후 처음이다. 2003년 당시에는 현대차 노조가 주5일제 근무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 역시 18억5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에 파업이 겹쳤던 2009년 8월(17억1000만달러)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외환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 수출에서 자동차산업의 기여도가 5%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 비중은 5.2%에 불과했다. 작년 동월(8.6%)에 비해 3.4%p 하락하며 1998년 1월(4.8%) 이후 가장 낮아졌다.
올해 들어 한국 자동차 산업 생산량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현대·기아차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지만 해외 판매 위주인 한국GM이나 르노삼성은 수출 절벽에 가로 막혔다. 쌍용차는 자금 사정까지 시급하다.
올해 1~5월 자동차 생산량은 133만515대로 금융위기였던 2009년 동기(121만3632대) 이후 가장 적다. 같은 기간 한국GM 생산량은 13만6187대로 2005년 동기(13만5070대) 이후 최소다. 코로나19로 미국 시장이 마비되면서 주력 수출품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은 거의 절반만 돌아갔다. 쌍용차 생산량은 3만8267대로 작년 동기(6만880대)보다 38% 감소했다. 신차가 없다 보니 내수 판매도 부진했다.
이에 따라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3사는 자산 매각·경비 절감 등에 나섰다. 한국GM은 임원 급여를 삭감했고 최근 인천 부평공장 앞에 있는 물류센터 부지 매각을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도 직영 서비스센터 12곳 중 일부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쌍용차는 구로 직영 서비스센터 부지와 건물을 1800억원에 매각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부품업체 상당수가 현금까지 바닥나며 유동성 확보에 비상불이 들어왔다.
지난달 자동차 부품 수출은 해외 주요 완성차 공장의 가동중단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66.7% 감소한 6억5000달러를 기록했다. 상당수 부품업체들은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임금 지불 유예와 삭감을 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어음 인수, 대출금 만기연장, 세금 감면 등 정부 지원이 없으면 하반기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다수 부품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주 5일 중 2일 쉬는 업체도 존재한다. 일부 부품업체 공장은 한 달간 휴무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완성차 수출이 급감한 이후 공급이 필요한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1차 협력업체는 가동률이 평균 60%이상 유지되고 있는 반면 2차 협력업체는 30% 수준까지 떨어지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매출액도 1차 협력업체는 25~50%, 2차 협력업체는 60%까지 급감했다. 누적된 매출 손실로 인한 유동성 문제로 존립이 어려운 회사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9개 상장 자동차 부품업체 중 20개(40%)가 적자였을 것”이라며 “3월 말에 370개 부품업체에 자금 사정을 물어보니 5월이 굉장히 어렵고 6월에 약간 완화됐다가 7월에 최악이라는 답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정부는 3000억원 이상 규모의 특별보증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협력업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 재원과 완성차업체 출연금 등을 통해 자동차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보증 프로그램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