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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재개발 사업 건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덩어리가 커진 각종 이권을 노린 조폭들도 수도로 몰려들고 있다.상계 뉴타운 관련 조폭들처럼 지방 출신 조폭이 서울 뉴타운 이권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폭들끼리 연합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새 서울 뉴타운 사업은 조폭들의 세력 각축장이 돼버린 셈이다. 한편, 서울 출신 조폭들이 세련된 외모와 깔끔한 용모 등으로 '조폭 같지 않은 조폭'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협박이나 폭력 등을 행사해야 할 경우 지방 조폭 등을 서울로 불러들여 뉴타운 등지에서 '용역'을 맡기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조폭의 상경 러시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조폭 트렌드는 '슬림화'와 '탈 지역화'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원 수가 많으면 운영이 어렵고 수사기관에 적발되기도 쉬워 슬림화하는게 현재 추세"라고 말했다. 6월 초 적발된 상계 지역 3개 조폭 일당처럼 평소에는 따로 활동하다 필요에 따라 연합하거나 담합하는 것이다. 또 다른 추세는 '탈 지역화'다. 경찰은 "예전에는 호남 조폭 하면 '김태촌파'를 떠올릴 정도로 지역 토착 조폭이 대세였지만 요즘은 이권을 쫓아 충청·경기·서울 지역으로까지 진출한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서울 지역에 거점을 둔 또 다른 조폭이나 조폭을 필요로하 는 사업체에서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을 담당한 시행사 측에서 '철거' 용역 등을 맡기면 임무를 수행한 후 한몫 챙겨 지역으로 다시 내려가는 것이다. 서울 재개발 지역에서 지방 출신 조폭들이 '세'를 떨치는 이유는 서울 출신 조폭들이 드러내놓고 폭력 협박을 일삼는 행위를 가급적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조폭들이 한낮 대로변이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생긴 변화다. 최근에 적발된 '이태원파'처럼 세련된 용모와 깔끔한 옷차림으로 겉으로 봐선 '조폭'이란 걸 알 수 없을 정도다. 때문에 협박이나 폭력처럼 거친 임무를 해야 할 땐 지방 조폭을 부른다는 얘기다. 독자적으로 서울에 진출해 재개발 이권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상계 뉴타운 이권 개입을 위해 연합했던 3개 조폭 일당은 경찰 조사에서 "타 지역 조폭 등 외부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8월께 수원에 근거지를 둔 조직들이 상계동 뉴타운 재개발 이권 개입을 노리고 상계동 재개발 지역 등을 드나들자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담합하기로 했었다. ◇용역깡패, 조폭 수사의 어려움 한편 '철거업체' 등으로 가장해 활개를 치고 있는 '용역깡패'를 수사하기엔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조폭이 철거업체·경비업체 등 합법적인 사업체로 가장하기 때문이다. 용산 4구역 등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곳에서 '깡패용역'들의 행패를 경찰에 신고해도 "용역은 합법적인 업체"라며 경찰이 적극적으로 검거나 수사에 나서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 규모가 크거나 통솔체계가 잡혀 있는 조폭의 경우엔 관리대상 리스트에 오르지만 실제 '용역깡패'로 활동하고 있는 조폭의 경우는 관리대상이 아닌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수사기관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진술을 거부하거나, 진술을 했더라도 조폭의 협박에 못 이겨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실제 협박이나 폭력 등의 혐의로 조폭 일당을 검거를 했다 하더라도 그 배후를 밝혀내지 못하면 뉴타운과 재개발 등지에서 '용역깡패'의 활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배후는 합법을 가장한 용역업체이거나 대기업 계열 시행사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쉽지 않다.재개발 지역에서 쫓겨날 운명에 처해 있는 주민과 세입자들의 주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휴사=뉴시스 통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