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미국 주시애틀 총영사관 A부영사가 공관 직원들에게 폭언 및 부적절 언사 등을 자행했지만 외교부가 자체 감찰과정에서 해당 비위사실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20일 제기됐다. 이 외교관은 특히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등 엽기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이 외교부 내부 관계자로부터 제보 받은 내용 등에 따르면, A부영사는 2019년 주시애틀총영사관 부임 이후 해당 공관 소속 행정직원들에 대한 욕설과 폭언 등 비정상적인 발언을 했다. 제보에 따르면, A부영사는 "에이 XX새끼야" "너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거다"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내가 외교부 직원 중 재산 순위로는 30위 안에 든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특히 A부영사는 "나는 인간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한국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 등의 발언도 했다고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공관 소속 행정직원들은 2019년 10월 A부영사의 폭언과 욕설 외 사문서위조, 물품단가 조작, 이중장부 지시, 예산 유용, 휴가 통제, 시간 외 근무 불인정 등 16건에 대하여 신고, 외교부 감찰담당관실이 감찰에 나섰다.
하지만 감찰 결과, 특정 직원에 대한 두 차례의 폭언 및 상급자를 지칭한 부적절한 발언 한 건 등 총 3건만을 확인했으며 A부영사관은 이 세 차례의 언행 비위로 장관 명의의 경고조치를 받았고, 주시애틀총영사관은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다고 이 의원실이 전했다. A부영사는 현재까지 해당 공관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지난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재외공관 소속 행정직원에 대한 부당대우 점검 등 엄정한 재외공무원 복무관리를 지시했다"며 "외교부 내 공무기강 해이와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외교부 내 비위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제 예시"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외교부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자료 제출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감찰 서류 제출 또는 열람을 요청했지만 이를 모두 거부당했다"며 "감찰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합리적 의심을 소명하지 못했고, 결국 축소·은폐 의혹을 증폭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