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앞서 여권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대법원 유죄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며 사법개혁 등을 강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징역 확정을 두고 정봉주 전 의원의 재심을 청구하고 나섰다. 정 전 의원은 BBK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가 실형을 살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여권의 움직임이 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견제함과 동시에 고위공직자수사범죄처(공수처) 설치 시한을 눈앞에 두고 동력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3년이 흐른 지난 29일 대법원은 이명박의 유죄를 최종 확정했으나 무혐의를 처분했던 검찰과 특검은 열흘이 되도록 아무런 사과 한 마디조차 없다"며 "전형적인 정치검찰의 선택적 정의가 만들어낸 거짓으로, 국민 모두를 속이고도 검찰은 참 뻔뻔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당시 결정적으로 MB에 면죄부를 줬던 꼬리곰탕 특수파견 검사 중에는 MB 때가 가장 쿨했다던 윤석열이 있었다"며 "쿨하면 봐주고 괘씸하면 죽이는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입맛대로 수사하고 판단하는 정치검찰을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공수처와 검찰개혁으로 검찰을 국민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MB의 유죄가 밝혀진만큼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정봉주 의원의 재심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같은 당 정청래 의원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감을 두고 사면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비판하며 정 전 의원의 무죄를 강조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은 대법원 17년 형 확정이후에 그 흔한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사면은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한 이후에나 가능하다. 죄를 인정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용서를 해주나"고 반문했다. 이어 "이명박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기에 앞서 정 전 의원에 대한 재심 청구와 그에 대한 억울함을 풀어 주어야 하는 것이 더 급선무"라며 "재심을 통한 정봉주의 무죄 확정"이라고 했다. 그는 6일에도 페이스북에 청와대 청원 링크를 공유하며 "정봉주의 재심 청구와 무죄판결은 한사람의 억울함을 푸는 일이고 대한민국의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정봉주와 통화를 했다. 본인은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민의 뜻을 모아주십사 부탁드린다"고 했다.
앞서 여권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유죄 판결을 두고 사건의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재심 청구가 극히 제한적임에도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한 전 총리의 명예회복과 동시에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이 가운데 여권이 이번에는 '정봉주 살리기'를 들고 나오자 이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뒤늦은 유죄판결을 들어 검찰, 특히 윤 총장의 공정성을 비판하고 동시에 검찰개혁의 동력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