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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최근 화제가 된 대법원 판례가 있다. 피해회사의 연구원인 피고인이 경쟁업체에 피해회사의 재료를 유출한 것을 이유로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이다. 디스플레이용 OLED 재료를 개발, 생산하는 피해회사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피고인이 OLED 제작이나 관련 실험에 필요한 재료를 경쟁업체에 송부해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됐는데, 원심은 경쟁업체에 재료를 넘긴 행위는 재산상 이익이 아닌, 재물(재료)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업무상배임죄의 객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상배임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산업기술에 해당하는 파일의 유출로 산업기술보호법위반죄 및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에 대해서도 산업기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 반출했다면 그 반출 시에 업무상 배임죄의 기수가 되고,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에도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 배임죄가 구성된다고 봤다. 또 영업비밀의 취득은 문서, 도면, 사진, 녹음테이프, 필름,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해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작성된 파일 등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하는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심이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당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건이나 법리 해석, 법관의 관점 차이로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내가 사건 당사자가 됐을 때 재판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
테슬라 차량 구매 시 비트코인 사용을 금지한다는 앨런 머스크의 발언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였다. 주식시장과 달리 암호화폐는 실물이 없고 신용도 없기 때문에 발언 하나에 휩쓸리기 쉽다. 이러한 변동성으로 투기가 횡행하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하지만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식은 회사의 자금 조달 수단이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고평가가 많지만 경제적으로 어떤 선순환을 끌어내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발행 주체가 있는 주식시장에선 주식회사에 대한 신용등급이 정기적으로 부과되고 등급에 따라 주식 관련 채권을 발행할 때는 전문기관의 분석자료도 제시된다. 거기에 비하면 암호화폐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양산하면서도 제도권에서 방치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여당이 부동산 세금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부동산 정책 성과는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집약되게 되는 것인데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면 ‘부동산불패’가 또다시 증명됐다며 쾌재를 부를 만한 발언이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세금감면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권이 바뀌어도 그런 지원이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다른 분야에 소외감을 준다.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현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 노선에서도 벗어난다. 하지만 국가 경제가 반도체에 의지하고 미국, 대만 등 경쟁국과 패권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지원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들 사안의 쟁점은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숙고하지 못한 허점으로 바꿀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원심에서 심리가 충분했다면 대법원 판결까지 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