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일부 전셋값이 높은 지역 세입자들이 ‘월세 난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내년부터 전세대출이 총량 관리에 포함되는 데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신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가계주택구입자금대출, 분양주택입주잔금대출, MCI가계주택구입자금대출, MCI분양주택입주잔금대출을 판매 중단하며, 대출 재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조치로 인한 기존 고객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시행일 이전 대출 상담 받은 고객이나 시행일 이후 만기 연장 고객의 대출은 취급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제2금융권의 대출 중단은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5~6%)를 지키기 위해 대출의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 자금이 필요한 고신용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2금융권은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지만, 시중은행에서 대출 고객을 덜 받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에 반해 그보다는 규제가 덜 가해졌다. 그 결과 주담대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더 낮아졌고 이로 인해 수요가 더 몰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각각 4000억원, 6000억원에 이르며, 특히 신협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을 이미 넘어선 상태라고 전해졌다. 지난 26일 기준 신협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말 대비 4.4%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상호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4.1%)을 0.3%포인트(P) 초과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주담대, 신용대출 등 지난 10월부터 중단한 가계대출 상품의 판매를 순차적으로 재개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며 금리는 연내 6%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58~4.954%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지난 8월 말 대비 0.96%P, 상단이 0.764%P 상승했다. 아울러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85~5.191%로 지난 8월 말(2.92~4.42%) 대비 0.771~0.93%P 올랐다.
한은이 지난 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향후 혼합형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6%에 육박하고 변동형 주담대와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연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들까지 대출을 조이며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보던 실수요자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서울 등 일부 전셋값이 높은 지역 세입자들은 월세(반전세 포함)로 떠밀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 수급지수는 110.6으로 전월(110.0)보다 0.6P 올랐다. 또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계약은 5만7433건으로 이는 전체 전월세 계약의 36.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최근엔 대출규제 영향으로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비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주거 취약계층일 경우가 높은데, 전세의 월세화는 이들의 주거비 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임차인들 자체가 월세보다는 더 유리한 전세를 선호하다보니 아파트의 경우는 지금까지도 고가지역을 제외하고는 반전세나 월세 매물이 많지 않았다”면서도 “추후에 대출이 원활하지 못하는 등이 사정이 겹친다면 반전세 등의 월세수요도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그만큼 세전가현상도 따라갈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이같은 상황에 관한 대책으로 서 교수는 “가계대출 규제는 가계대출의 부실화를 방지하고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위해서 필요하지만, 금융기관에서 자율적으로 대출 수요자의 재정 상태나 반환 능력 신용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실수요자들에게는 자율적으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