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호 처벌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행 첫날인 27일부터 설 연휴를 앞당겨 공사를 중단한 현장도 있다. 건설사와 현장에 따라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 동안 공사를 중단한다. 공사를 멈추면 손해가 크지만 사고 발생으로 인한 피해보다는 낫다는 판단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27일부터 1주일 이상 공사를 중단하는 건설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27일을 ‘현장 환경의 날’로 정하고 전국 현장의 공사를 중단하며 28일은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이 참여하는 안전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설 연휴가 끝나는 시점도 내달 4일까지로 연장하면서 일주일 이상 공사가 중단된다. 대우건설도 27일부터 내달 4일까지 연휴 시점을 늘려 최대 9일 동안 건설 현장 작업을 중단한다. 대우건설은 중흥그룹 인수와 관련해 백정완 신임사장이 내정된 가운데, 현재 김형 시장 입장에선 ‘임기 말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작업 중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단 의견도 나온다. 포스코건설도 ‘27∼28일 휴무 권장’ 지침을 전국 현장에 전달했다. 아울러 설 연휴 전후에도 본사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제한적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DL이앤씨는 27일 안전 워크숍 일정을 계획하고 설 연휴 휴무일도 내달 3일까지 하루 연장했다. 롯데건설은 다음달 3~4일 연차휴가를 사용하기로 했다. 본사와 현장 직원 모두 휴무에 들어간다. 또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안전 관련 의견을 십분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안전소통센터'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안전소통센터는 사업장 주변의 위험요인 등 안전·보건에 관련된 사항을 제안 받아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한 소통 창구다. 중견 건설사도 같은 상황이다. 한양은 27∼28일 현장소장의 판단하에 본사 안전실과 협의를 거쳐 꼭 필요한 공사만 진행하기로 했다. 또 이틀간 현장별로 안전 결의대회, 안전교육, 안전 점검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내달 3∼4일에는 모든 임직원이 단체로 연차휴가를 사용한다. 대형건설사들은 안전 담당 임원을 새로 선임하거나 조직을 개편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CSO(최고안전책임자)를 부사장급으로 격상했고,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한화건설 등도 CSO 자리를 새로 만들고 안전분야 조직을 확대했다. 업계는 건설사들이 준공을 앞당기기 위해 명절 휴일에 작업 속도를 높였던 것과는 달리, 공기 단축에 따른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중대재해법 첫 적용을 받지 않는 선택을 했다고 판단한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근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근로자가 사고를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 이에 최근 건설사들은 근로자 안전과 중대재해법 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연휴 기간 동안에는 본사의 안전관리나 직원들의 심리상태가 안일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시기가 시기인 만큼 연휴 기간 동안만이라도 현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