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위메이드가 최근 자체 암호화폐 판매의 회계처리 기준을 갑자기 바꾸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매출로 잡았던 암호화폐 매각 수익을 이번에는 부채로 등록하면서 도대체 기준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지난 16일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정정하는 공시를 냈다. 지난해 매출을 5606억5967만원에서 3372억9105만원으로 39.8% 줄었고, 영업이익은 3258억4775만원에서 1009억1064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분기에 자체 암호화폐 위믹스를 판매해 확보한 자금 2255억원을 매출로 잡았다가 외부감사인의 지적에 따라 제외한 것이다.
위메이드는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자문과 오랜 기간 검토를 통해 암호화폐 유동화를 매출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메이드 외부감사인은 암호화폐 매출 수익을 ‘선수수익’으로 판단했다. 선수수익은 미리 받았지만 아직 수익으로 인식할 수 없는 대금을 뜻한다. 나중에 상품이나 용역을 제공해야 하는 상품권 발행이 대표적이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화폐를 판 매각 주체가 화폐 관련 의무가 있는지에 따라 부채 여부가 갈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암호화폐를 만들어 판매한 법인이 해당 암호화폐에 대해 어떤 의무 사항이 남았을 경우에는 선수수익인 부채로 볼 수 있다”면서 “반대로 암호화폐를 유동화한 이후에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면 회계상 매출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 회계 전문가는 “당초에 위믹스 매각 자금을 매출로 잡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본다”며 “회계법인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기업과 상의해 회계처리를 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위메이드 측은 규정의 미비, 회계처리 기준의 모호함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블록체인 사업 관련 회계 및 법령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관련 회계기준이 정립되기 전까지 당사는 더욱 긴밀하게 회계법인과 회계기준원 등 관련 기관들과 협의하고, 시장과 지속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