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사업재편 승인, 전기전자・미래차 위주로 활발
대우조선・쌍용차 등 부실기업 상황은 더 나빠져
금리인상에 신수종 기업과 한계기업 간 양극화 심화 전망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수소・전기차 등 신사업 분야 사업재편이 활발한 반면,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지정학적 이슈에다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려 한계기업의 채무상환 부담이 증가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재편 승인기업은 108개로 기업활력법 시행 5년만에 연간 사업재편 승인기업 수가 100개를 넘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말 수소・전기차, 친환경 바이오・기타 분야 20개사의 사업재편 계획을 신규 승인해 누적 승인 기업 수는 294개가 됐다.
대기업 중에선 최근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 건이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심사를 통과했다. 또 지난해 공정위가 심사한 기업결합 건은 1113건으로 제도 도입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영업양수(10조원)에 성공했다.
이처럼 유망산업 분야에서 사업재편이 활발한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쌍용차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지연돼 대조적이다. 연초 EU 경쟁당국 심사에서 한국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이 무산된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수주 확대 등 조선업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중국과 일본이 각국 1, 2위 조선사간 합병 또는 합작투자에 성공해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 조선산업만 뒤처지는 양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754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서 올해는 적자 폭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다시 불황기가 도래할 경우 조선 3사간 저가 수주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 국내 조산산업은 친환경 선박 기술력에서 앞서 있지만 장기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추진선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합병이 무산돼 재무개선이 지연되는 점은 국가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는 데도 부정적이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대한 매각이 무산된 쌍용차는 청산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2020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매매거래정지상태도 지속되고 있다. 작년 감사보고서도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의견거절돼 상장폐지 여부가 심의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기조는 부실기업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게 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 전체에서 한계기업 비중은 2017년 이후 계속 증가해 2020년 총 1267개로 전체의 15.63%를 차지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게 인플레이션과 국제 공급망 악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가 상승 등의 대내외 경제적 위험성이 증대된 상황에서 기준금리 상승 시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