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신냉전에 우크라이나 사태 '국제질서 격변기'
한국 정권교체 계기 동북아 세력구도 재편 본격화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내달 20∼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일본 순방은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전통적인 한미일 삼각동맹을 복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례적으로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제질서는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격변기를 맞고 있고, 북한은 이를 기화로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핵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는 중이다. 한미일 삼각동맹 복원은 이 같은 북중러의 위협에 대응하는 성격을 띤다.
▮바이든, 아세안 이어 한일 정상과 회담
백악관은 27일(이하 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사실을 공식발표(백악관 홈페이지 게시) 하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과 한국·일본 간 동맹에 대한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확고한 약속을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이번 순방에 대해 “5월 12~1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1년 이상의 집중된 외교를 기반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한 뒤 바이든 대통령이 순방 기간 일본 도쿄에서 호주, 일본, 인도 등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 협의체) 회원국 정상들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란 표현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 동안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인식돼 왔다. 따라서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이번 순방이 이뤄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만난 직후 일본에서 쿼드 정상들과 만나는 일정은 아세안에서 일본으로 이어지는 대중국 포위망을 연상시킨다.
▮대중국 견제 이어 러시아 겨냥한 공조도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양국 순방은 기본적으로 대중국 전략 차원으로 해석되지만, 러시아를 향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이는 이번 순방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발표에서 일부 확인된다.
NHK 등에 따르면,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백악관의 순방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라는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의 현실화로 국제질서에 큰 충격이 가해진 가운데 인도·태평양, 특히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협하는 대상에 러시아도 포함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중러 대 미일을 중심으로 한 쿼드’라는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尹정부 출범으로 한미일 삼각동맹 복원
여기에 문재인 정부 임기 중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 온 한국까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일 삼각동맹 복원에 힘을 실으면 동북아 질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선명해진다.
이와 관련, 내달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윤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북 확장 억지력 강화를 요청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 한일 관계 개선과 대중국 견제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윤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동맹 발전 및 대북 정책 공조와 함께 경제안보, 주요 지역적·국제적 현안 등 폭넓은 사안에 관해 깊이 있는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며 “아울러 이를 통해 양국간 포괄적 전략동맹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